북한은 연초 신년 공동사설에서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면서 분명한 대남 유화노선을 천명했다. 이후 북한은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실무접촉을 하자고 제의하고, 정부의 대북지원 제안을 수용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때 만해도 북한의 움직임은 ‘유화 공세’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저돌적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는 15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대남비난 성명이 나오면서 돌변했다. 특히 국방위 성명은 북한 적십자가 정부의 옥수수 1만t 지원 제안에 석 달 넘게 침묵을 지키다 수용의사를 전해온 지 수시간 만에 나온 것이어서 정부 당국을 당황시켰다. 북한은 이어 17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인민군 육·해·공군 합동 군사훈련을 참관했다는 사실를 보도해 긴장의 수위를 높였다.
일각에선 북한이 강경노선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강산 관광 재개 제안과 옥수수 지원 수용의사를 밝힌 주체는 조선아태평화위원회와 북한 적십자이지만 북한의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가 위원장 ‘위임에 따라’ 성명을 발표한 만큼 이를 기준으로 남북관계 입장으로 정리할 경우 기존의 유화조치가 전면 백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북한이 남북관계를 전면 차단하고 긴장 대치국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지난해 8월 이후 지속적인 유화 움직임을 보였고,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국정 운영의 지향점을 밝혔기 때문에 이를 모두 백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간 문제는 북핵과 북·미 관계 등 북한의 대외정책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만 큰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방위 성명과 강경 움직임은 북한의 체제문제를 건드린 ‘급변사태’ 관련 설이 제기되면서 대남 유화기조에 불만을 갖고 있던 군부의 목소리가 일시적으로 강하게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북한의 의도가 파악될 때까지 신중하고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로선 대북 옥수수 지원 절차를 진행하고, 북한의 금강산 관광 접촉 제의도 검토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