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와 실물 경기 침체, 기업들의 줄도산이 겹치면 은행들 역시 생존 싸움에 내몰릴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자본시장통합법과 국책은행 민영화, 금산분리 완화 등 금융업계 지각변동을 가져오는 대형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 바로 이럴때 경영진의 리더십은 재평가받는다.
◇ 황영기-강정원 "리딩뱅크로 맏형 역할하겠다"
KB금융(105560)지주 출범은 시기가 안 좋았다. 하필 출범을 앞두고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쳤고 KB금융지주는 3조4000억원에 이르는 댓가를 치러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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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회장의 추진력과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전공인 리스크관리를 제대로 살릴 때가 왔다. 시장은 이들이 힘을 합쳐 한 자리 수로 떨어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수치를 다시 은행권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황 회장과 강 행장은 "리딩뱅크로써 맏형다운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금융위기에 맞서 자구책을 내놓은 것은 금융권 중 가장 앞섰다. 황 회장은 지난 달 9일 금융권 중 가장 먼저 비상경영을 선포했으며 강 행장은 임원 연봉 삭감 방침을 시중은행 중 제일 빨리 결정했다.
다만, 금융시장 재편 과정에서도 선두에 설 지 여부가 관건이다. 황 회장은 취임 당시 내년 상반기까지 대형 금융지주사들과 대등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그는 "인수합병 시장 재편의 꿈을 놓지 않겠다"며 "은인자중(隱忍自重: 참고 견디며 신중하게 행동함)하고 기회를 기다리면 좋은 결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시기조절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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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회장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신뢰`. "고객의 신뢰를 유지하라"는 엄명은 최근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조직관리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라 회장은 최대한 계열사 사장단들에게 경영을 위임하고 있다. 지주사 결제란이 사장에서 끝날 정도다.
신상훈 신한은행장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직원 메시지에서 "`신한은행은 믿을 수 있다`는 고객과 시장의 기대에 어긋나서는 안된다"며 신뢰 경영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러나 절대적이고 장기적인 리더십 이후에는 항상 치열한 후계 작업이 뒤따르는 법.
신한금융지주의 탄탄한 지배구조를 구성하고 있던 재일교포의 지분이 2001년 설립당시 22%에서 최근 18%수준으로 떨어지고 BNP파리바도 2006년 초 9.38%에서 8.5%로 감소하는 등 최대주주의 결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 이팔성-이종휘 "10년 전 위기극복 경험 되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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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053000)는 사상 최초로 내부인사 출신의 투 톱 체제가 구성돼 어느 때보다 조직 결집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마당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전략기획통`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대외업무, 내부관리를 상호보완하는 황금조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李-李 체제` 초기가 순탄치만은 않다. 부채담보부증권(CDO), 신용디폴트스와프(CDS) 등 신용파생상품 손실과 우리파워인컴펀드 분쟁 등 악재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과거 경영판단에 따른 뒷감당을 떠안아야하는 현실이 쉽지 않겠지만 이 회장은 "비상경영체제를 인식하고 자본적정성 관리와 경비 절감을 강화하라"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 행장도 지점을 돌며 "과거 어려웠던 외환위기를 극복해온 정신으로 이번 위기를 돌파해나가자"고 말하며 `10년 전 정신력`을 다시 꺼내들었다.
◇ 김승유-김정태 "정공법으로 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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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고 말한다.
97년 하나은행장에 취임했던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까지 받았던 그 시절 얼마나 `기본기`가 중요한지 직접 체험한 인물이다.
김 회장은 최근 계열사 사장단 워크숍에서도 "고객 돈을 내 돈 처럼 생각해봐라, 그것이 뱅커의 기본이다"며 편법이 아닌 정공법으로 부딪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경영 전반을 꼼꼼하게 챙기는 스타일인 김 회장은 집무실을 그룹 몸통인 은행 본점으로 옮기고 김정태 행장과 근거리 호흡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영업통 김 행장은 김 회장을 보좌하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은행 `몸 만들기`에 나설 방침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이번 고비를 제대로 극복해낸다면, 한국에서 스페인 산탄데르은행 신화를 재연하겠다는 꿈은 분명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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