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폭락을 보는 해외 시각

  • 등록 2000-09-19 오전 11:07:10

    수정 2000-09-19 오전 11:07:10

한국 증시가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 여파로 18일 폭락장세가 연출되자 이를 보는 해외 전문가들은 당분간 회복이 어렵다는 시각과 반등할 수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는등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펀더멘털의 문제라기 보다는 완결되지 못한 구조조정의 문제라는데는 인식을 같이했으며, 증시의 향방을 좌우할 가장 큰 요인으로 구조조정을 지적하는 공통된 견해를 보였다. 먼저 아시안월스트리저널은 한국 증시가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 여파로 지난 금요일에 이어 추가 폭락했지만 투자가들이 저점매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을 전했다. 이 신문은 한국 증시가 주가수익비율이 가장 낮은 시장의 하나가 되면서 지금이야말로 한국 주식에 눈을 돌릴 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분석가들은 한국 주식시장을 압박하는 수많은 요인들이 곧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쟈딘플레밍의 다니엘 파인맨 수석전략가는 "한국 시장이 현재 놀라울만큼 떨어졌지만 이같은 싼 증시를 막을만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며 "올해 남은 기간동안 시장이 지속적인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또 올해초 한국 증시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던 투자가들과 애널리스트들이 포드의 대우차 포기뿐만 아니라 유가상승, DRAM 가격 약세 등의 악재로 최근들어 한국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ING베어링의 마커스 로젠 수석전략가는 "나는 그동안 한국에 대해 믿어왔으나 지금은 앉아서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보아야할 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쟈딘플레밍은 DRAM 가격이 4분기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를 추천했으며, 슈로더 투자회사의 리처드 퍼스도 포드의 포기가 한국 정부로 하여금 구조조정의 고삐를 다시 한번 당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라며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와는 달리 CBS마켓워치는 폭락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국증시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메튜 인터내셔널 펀드의 폴 메튜를 인용, 보도했다. 메튜는 먼저 포드와 대우의 협상 결렬이 부실자산에 대한 매각 속도를 지연시키지 않을 것이란 확신만 설 수 있다면 주가는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분명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 소식은 악재지만 그 동안 자산매각속도가 상당기간 지연되고 있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지만 자신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하지 않으며 이번 인수포기가 정부로 하여금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우차 인수협상에 대한 조속한 타결이 있다면 증시의 반등 기회는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이번 협상의 결렬은 한국정부가 원화가치안정을 위한 외평채 발행과 같은 잘못된 정책을 시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스트릿닷컴은 증시 폭락세는 펀더멘털의 문제라기 보다는 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코스피지수가 올초 대비 39%나 폭락했지만 한국 경제는 낮은 인플레속에 올해 10% 달하는 성제세를 기록할 것이며 무엇 보다 중요한 구조조정 노력이 있어 펀더메털은 강력하다고 지적하고 97년과 같은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무척 적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이 둔화되고 있으며 경제가 상당히 둔화될 것이란 국내외 투자자들의 심리적 우려감이 증시를 압박하고 있으며, 여기에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 악재가 겹치면서 폭락장세가 연출됐다고 분석했다. 또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제 구조조정에 쏠려있다고 덧붙였다. 메튜코리아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마크 해들리는 “한국기업들의 주가는 실적에 비해 매우 싸고 거시경제전망도 여전히 낙관적”이라며 "투자자들이 한국증시는 벼랑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이 기록적인 경기 호황을 마감했고, 경제가 둔화되고 있지만 내년도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와 관련해 플레밍의 아시아주식 담당 부사장인 찰스 김은 “한국이 실질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기업부문과 금융부문의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 충고했다. 다우존스뉴스도 컬럼을 통해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야말로 그 동안 정체현상을 보였던 한국의 구조조정을 다시 시작시키고 한국이 아시아 최고의 개혁 경제라는 위치를 공고히 해주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다우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적절한 주식시장의 히스테릭한 반응을 환영한다"며 "이같은 반응은 정부로 하여금 시장이 현재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우존스는 한국 경제가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펀더멘탈하게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악담같이 여겨질 수도 있으나 그동안 정부의 개혁 작업이 불균형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해외의 시각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강력하지만 실추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 증시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 노력이 지체됨없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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