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A경감은 여름철 범죄가 더 많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짜증 나는 날씨에 별 것도 아닌 일로 폭행부터 심지어 살인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게 A경감의 설명이다. A경감은 “조금 참으면 좋은데 저질러 놓고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며 “일도 늘고 이래저래 경찰들은 여름에 힘들다”고 설명했다.
고온다습한 여름철 날씨에 불쾌지수가 높아지며 폭행 등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현장 경찰들은 단순 시비에 대한 중재부터 사건 처리까지 진행해야 해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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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범죄 발생건수는 여름이 포함된 3분기(7~9월) 가장 높았다. 지난해 3분기 범죄 발생건수는 37만 7271건으로 겨울이 포함된 1분기(1~3월) 35만 499건보다 7.6% 증가했다.
경찰들은 여름철 범죄가 늘어나 업무 부담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 지역 경찰서의 형사과에 1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과장급 경찰은 “여름철 워낙 짜증 나는 날씨가 이어지다 보니 단순 시비로 인한 범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다들 하루 이틀 지나면 본인이 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사과의 뜻을 뒤늦게 밝히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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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마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와 함께 불쾌지수가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고온다습한 환경이 조성돼 사소한 시비로 인한 범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여름철 더운 날씨로 인해 범죄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는 다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콜롬비아대 공공보건대학원과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 공동 연구팀이 2020년 7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평균보다 10도 상승하면 이와 비례해 전체 총격 비율도 33.8% 더 높아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 내재한 분노가 무더운 날씨로 인해 상승효과를 발휘해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살인이 발생할 만큼 한국 사회에 잠재적 분노가 큰 상황”이라며 “이런 분노가 내재한 상황에서 불쾌지수가 높은 날씨가 이를 끌어내며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