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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 지분 12.15%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 측 지분 35%(재단 보유분 포함), 이에 맞서는 임종윤·종훈 사장 측 지분 28.4%로 신 회장이 캐스팅 보트를 쥔 상황이었다.
그간 중립이었던 신 회장이 장차남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한 것은 가족간 분쟁에 대한 안타까움과 한미약품그룹 성장에 대한 장차남의 의지를 높이 산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선대 임성기 회장의 뜻에 동감하여 주주로서 참여한 이래 오랜 세월 회사의 발전과 기업가치 제고의 과정을 곁에서 봐 왔고 선대 회장님 작고 후에도 후대 가족들이 합심해 회사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해 왔다”며 “그러나 상속세와 주식담보대출 등 대주주들이 개인적인 사유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회사 경영에 대한 투자활동이 지체되고 기업과 주주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모녀가 주도하는 한미약품과 OCI간 통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과 비즈니스 연관성이 낮은 OCI그룹 간 통합은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기 보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의 개인적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장차남은 물론이고 주요 주주인 신 회장도 배제됐다는 사실에 따른 서운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일부 대주주들이 다른 대주주들 혹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들에게 회사 주요 경영과 관련한 일체의 사안을 알리지 않고, 개인적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의 지배구조 및 경영권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거래를 행한 수준에 이르렀으니 매우 큰 우려와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신 회장은 선대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로 한미약품의 설립과 성장과정을 지켜봐 온 만큼 창업주의 뜻을 가장 기본에 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모녀측이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활용하는 것에 반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 회장은 “선대 회장님의 뜻에 따라 설립된 재단들이 일부 대주주들에 의해 개인 회사처럼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임 사장은 신 회장을 여러번 찾아가 선대 회장의 경영모토와 유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을 어필했고 신 회장도 동의를 이끌어냈다.
임 사장이 정서적 공감대를 공략한 것도 주효했다. 지난 1월 임종윤 사장은 신 회장을 처음 설득하러 가서 시인과 촌장의 노래 ‘풍경’을 언급했다.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는 가사를 언급하자 신 회장도 그 노래를 잘 안다며 화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 앞서 신 회장과 소통한 임종윤·종훈 사장은 간담회 시작 전 ‘풍경’을 틀면서 신 회장의 동의를 어느정도 얻었다는 점을 암시한 바 있다.
신 회장은 임 사장에게 한미약품그룹을 가족 같은 회사로 잘 가꾸어 나가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족 같은 회사’는 임종윤 사장이 2004년 북경한미약품 총경리시절부터 기업경영의 ‘모토’로 삼았었고, 창업자 임성기 회장이 가장 좋아한 문구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