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현지에서 월가의 핫한 시선을 전해드립니다. 월가브리핑이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투자의 맥을 짚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요즘 월가에서 부쩍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게 있으니, 바로 비트코인입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오후 12시(현지시간) 비트코인은 1개당 4만8962달러(약 5420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최근 24시간 내 기준으로는 4만9485달러까지 올랐네요. 굴지의 기관투자자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을 투기판 혹은 도박판으로 보는 기류가 강합니다. 그런데 최근 기자는 블룸버그의 한 보도를 보고 놀랐습니다.
주요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비트코인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투자가 이뤄진다고 해도 큰 규모는 아니겠지요. 다만 비트코인을 보는 시각이 조금씩이나마 바뀌고 있다는 의미는 있어 보입니다.
비트코인이 주목 받는 이유는 여럿입니다. 그 중 강세장의 불씨를 당긴 건 일론 머스크가 8할은 담당했다고 봅니다. 기자가 미국 현지에서 느끼는 머스크의 팬덤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처럼 최고경영자(CEO)가 ‘걸어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하는 회사들이 있는데요. 머스크의 영향력은 그보다 더 큰 것 같습니다. 그가 띄우는 트윗 한 방에 비트코인 가격이 춤을 추는 게 그 방증이겠지요.
극단적으로 갈리는 테슬라 목표주가
머스크의 엄청난 팬덤은 그가 이끄는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주가로도 잘 나타납니다. 테슬라 주가는 최근 52주 내 최고 주당 900달러 이상을 찍었습니다. 12일 기준 종가는 816.12달러입니다. 7개월여 전인 지난해 6월 말만 해도 200달러를 밑돌던 종목입니다. 그 사이 투자자들은 어떤 이유였든 테슬라의 기업가치가 4~5배는 커졌다고 판단했고, 테슬라에 돈을 태웠던 것이겠지요. 테슬라는 2003년 설립됐고요. 머스크가 CEO에 오른 건 2007년입니다.
2008년 테슬라 로드스터 1세대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고요. 나스닥에 상장한 건 2010년입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주당 100달러를 밑돌던 그저 그런 주식이었는데, 지난해부터 갑자기 폭등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주가는 무려 410.04% 올랐네요. 만년 적자기업인 테슬라의 주가가 왜 이렇게 치솟았는지는 기자는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건 월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테슬라는 월가 내에서 전망이 크게 나뉘는 종목 중 하나입니다. 애덤 조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최근 테슬라 목표주가를 810달러에서 880달러로 올렸습니다. 지난주 테슬라 주가가 810달러대로 떨어졌는데요.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그는 본 겁니다. 당연히 매수 의견을 냈고요.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핵심 사업인 전기차 부문에서 매출액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에너지 부문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월가의 유명 IB인 파이퍼 샌들러의 애널리스트인 알렉산더 포터는 목표주가를 1200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지금보다 주당 300~400달러는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본 것이지요.
그런데 테슬라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JP모건이 대표적인데요. 라이언 브링크먼 애널리스트가 보는 테슬라의 목표주가는 135달러입니다. 그는 “이만큼 과대평가된 주식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테슬라가 더 저렴한 가격에 대량 생산을 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술력과 생산력 등에서 많은 리스크가 있다고 했는데요.
지금 테슬라를 둘러싸고 실제 그런 우려들이 나오고 있지요. 따지고 보면 지금이야 135달러가 낮아보이는데, 지난해 4월 말 주가가 이 정도였습니다. 불과 1년도 채 안 됐으니 긴 시간은 아니지요. 이타이 미카엘리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사업구조에서) 높은 위험성을 갖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159달러로 제시했습니다. 물론 매도 의견을 냈고요. 리서치업체 베어드의 벤 칼로 수석애널리스트의 경우 736달러를 내놓았는데요. 지금 주가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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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초월 팬덤’…테슬라는 곧 머스크
투자는 신의 영역이라고 합니다. 향후 테슬라 주가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강세 논리와 약세 논리를 파악할 필요는 있어 보이네요.
먼저 테슬라만이 갖고 있는 강점입니다. 기자는 테슬라는 곧 머스크라고 봅니다. 첫 제품 출시 후 업력이 10여년에 불과한 기업이 글로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건 CEO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특히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이끌며 100만명이 화성에서 거주할 수 있다고 읊조리는 걸 보고 있으면, 불가능할 것 같은 ‘다행성종’ 꿈을 언제라도 이뤄줄 것 같은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투자는 심리가 크게 작용하니까요.
머스크가 최근 유명 팟캐스트 ‘존 로건 익스피리언스(Joe Rogan Experience)’에 출연했습니다. 로건이 머스크에게 차세대 고급 로드스터 전기차에 대해 물었는데요. 머스크는 “차량을 공중에 뜨게 하기를 원한다(I want it to hover)”고 말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궁극의 전기차 모델로 평가 받는 수직이착륙을 뜻하는 겁니다. 자율주행에 가벼운 배터리를 활용해 도심 허공을 다니겠다는 것인데, 테슬라는 그동안 단순한 전기차를 넘어 개인용 비행체(PAV·Personal Air Vehicle)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내비쳐 왔습니다. 기존 도심 이동수단의 틀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발상입니다. 그는 “전기차에 로켓 기술을 탑재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요즘 월가에서 ‘차세대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억만장자 투자자 차마스 팔리하피티야가 최근 한 말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적지 않은 헤지펀드들이 테슬라에 대해 투자하지 않는 걸 두고 “헤지펀드가 정확하지 않다는 걸 얘기할 때 (테슬라에 많이 투자하지 않는 걸) 항상 말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테슬라 주식을 많이 보유한 걸로 알려져 있는데, 주식을 팔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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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잘 만들지, 왜 비트코인까지…
테슬라는 분명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회사입니다. 그래서 현재 주가가 단기간 폭등했음에도 향후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것이고요. 그래도 역시 ‘기업 펀더멘털에 비해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얘기 역시 적지 않습니다.
최근 머스크가 가장 관심을 모은 게 비트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으로 차량을 팔겠다는 계획까지 밝혔습니다. 머스크가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도지코인, 게임스톱(게임스탑·GME), 화성 이주 등등 워낙 광범위한 얘기를 하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는데, 일부 주주들은 왜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이렇게 투자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을 겁니다. (공교롭게도 지난주 테슬라 주가는 4.24% 빠졌습니다.)
극한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비트코인 가격이 갑자기 떨어진다면 테슬라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을 지부터 궁금하네요. 아울러 전기차, 태양광 등과 관련한 실적 외에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또다른 숫자들을 봐야 하는 건지 의문을 낳습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이거 주주가치 훼손 아니냐’는 불만이 당연히 나올 수 있겠지요. TD아메리트레이드의 JJ 키나한 최고시장전략가는 최근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 직후 “뛰어난 배터리 기술 때문에 테슬라를 기술기업으로 여겨 왔는데, 이제는 테슬라를 알아내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는데요. ‘테슬라를 잘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많아진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테슬라는 기업 규모 면에서 소위 ‘빅테크’들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산 미국 주식 1위와 2위가 각각 테슬라, 애플입니다. 애플과만 단순 비교해 보겠습니다. 지난해 4분기 테슬라의 순이익은 2억7000만달러였습니다. 애플의 경우 287억5500만달러였습니다. 10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지요. 테슬라는 지난해 7억달러 남짓한 이익을 창립 이후 처음 낸, 사실은 만년 적자 기업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 JP모건이 지적했듯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처럼 대량 생산 체제로 갈 때 나올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당면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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