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집으로 가는 날 그의 마음은 한껏 들떴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그가 없는 사이 큰 일이 닥쳤던 것이다. 그 선사가 도착했을 때 집은 홀랑 타 버리고 터만 남아 있었다. 그는 새까맣게 타 버린 잔재들을 바라보며 멀뚱히 서 있었다. “왜 하필 나야?” 그는 입을 뗐다. “난 배움의 길을 떠났고, 선(善)을 행하고,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빌었는데. 이런 일이 왜 나한테 일어나야 하는 거야?” 그는 우주의 힘이 그에게만 특별한 대접을 해 주는 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불행한 일이 벌어졌고, 그에게 고통과 우울함을 안겨 주었다. 슬픔의 파도가 그를 덮쳤다. 마음을 가득 채워 버린 ‘우울하고 슬픈 생각들’은 이미 잃어버린 것을 돌려 놓을 수도 없었고, 미래를 위한 뚜렷한 방향을 찾을 수 있게 하지도 못할 것이며, 당장 오늘 밤 자야 할 곳을 찾는 데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도를 닦는 사람이니, 물질적 소유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 뭐 약간은 슬퍼할 수 있겠지만, 이미 없어진 거야. 그게 현실인 거야. 아무리 애써 봐야 바꿀 수 없는 거야. 바꿀 수 없는 걸 바래 봐야 더 불행하고 고통받는 기분만 더해지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 그는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반짝이는 별들이 까만 하늘에 콕콕 박혀 있었다. 보름달도 자애로운 미소를 띤 채 빛나고 있었다. 순간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웃음을 머금었다. “그래, 집을 잃어버리긴 했어도 밤하늘을 훤히 볼 수 있게 되겠군.”
그렇지만 그것은 인간의 오만함이다. 나에게 좋거나 행복한 일만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이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생각하지 말고,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라. 하느님은 한 쌍의 짝을 만들었다. 선(善)의 짝은 다름 아닌 악(惡)이고, 그래서 세상에 선과 악이 공존한다. 행복과 불행도 떨어질 수 없는 짝이다. 인생은 좋은 일과 나쁜 일,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이라는 실에 의해 짜이는 한 조각 옷감이다. 결코 좋은 일만 생길 수 없는 것이다. 세상은 주는 만큼 돌아오지 않는다. 받은 만큼 돌려주기도 어려운 게 인생이다. 그렇다고 너무 화낼 필요 없다. 그것도 인생이다.
◆ 윤경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파트너 변호사 △現 공동법률사무소 더리드(The Lead) 대표 변호사 겸 아하에셋 자산운용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