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올해 주총, 기업 지배구조 변화 이정표 될 것"

현대차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거 비해 진일보
전자투표제 도입·주총일 분산도 긍정적
스튜어드십 코드 하위 대기업그룹에도 활발해야
  • 등록 2019-03-17 오후 12:00:00

    수정 2019-03-17 오후 7:53:48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발언하고 있다. 공정위 제공.
[베를린=이데일리 김상윤 기자]“올해 주총은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를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쉽게 후퇴하지 않고 우리 기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주주들의 활발한 의결권 행사가 이뤄지고 있는 올해 주주총회와 관련해 이같이 평가했다.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19차 국제경쟁회의에서 동행기자단과 간담회에서다.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주행동주의’가 확산하면서 기업들도 주주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현대차그룹 주주제안 외에 KCGI(강성부펀드)는 한진칼,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SC펀더멘털은 무학, 강남제비스코, 태양에 대해 주주제안을 제기했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현대홈쇼핑을 타깃으로 삼았다. 주주행동주의가 싹 틔운 한 해다.

김 위원장은 “기업 변화는 공정거래법, 상법 등 딱딱한 법률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시장에 의한 기업들의 지배구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거 비해 진일보

김 위원장은 사외이사 교체와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미국계 헷지펀드 엘리엇에 맞서 현대차가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회사의 이해관계를 떠나 주주와 시장이 인정할 수 있는 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것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라며 호평했다.

김 위원장은 “현대차는 이번 주총에서 자신의 관점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게 아니라 자신이 추천한 후보를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염두에 뒀다는 측면에서 과거보다 분명히 진전됐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모두 찬성한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의 보고서를 보고 놀랐다”면서 “ISS는 현대차 후보자 1명(윤치원)만 찬성하는 등 각 기관이 엇갈리는 판단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후보자들을 내놨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삼성그룹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삼성바이오의 이사 재추천 등은 이해가 되지만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상고심 판결 등)먼저 해결해야할 사안들이 많기 때문에 결단을 빨리 내리긴 어려울 수 있지만, 결정이 늦어지면 사회적 비용이 굉장히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전자투표제 도입·주총일 분산도 긍정적”


김 위원장은 주주가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가 확대되고, 매년 특정일에 집중됐던 주주총회일도 분산된 것도 의미있는 변화라고 봤다. 공정위가 7일까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13개 기업집단 소속 21개 상장사가 전자투표제를 새로 도입했다.

3월 셋째·넷째주 금요일에 집중됐던 주주총회도 자산5조원 이상 그룹 248개 상장사 중 147개(59.3%)가 다른 날에 주주총회를 연다.

지난해부터 상장사 협의회가 지정한 주총 집중일(3.22, 3.28, 3.29)을 피해서 주총을 개최할 경우 공시위반 벌점감경 등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체 상장사로 범위를 넓혀보면 주총 상위 3일 집중도가 지난해에는 70.6%에 달했지만 올해는 60.3%로 낮아졌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대표이사(CEO)-이사회’ 분리 현상도 두드러졌다.

2017년에는 네이버, 작년에는 삼성, 올해에는 SK가 주인공이다. SK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도록 한 정관을 변경해 이사회가 이사 가운데 1명을 의장으로 정하는 정관 변경안을 주총에 상정했다.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주주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대글로비스와 CJ는 이사회 의장만 보유하던 이사회 소집권한을 모든 이사에게 부여해 개별 이사의 권한을 확대했다.

다만 SK나 현대차그룹의 경우 총수가 이사회 의장 대신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반쪽자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너가 이사회를, 전문 경영인이 CEO를 맡는 게 이상적이란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궁극적으로는 총수일가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게 바람직한 모델이지만 한순간에 그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총수 3세가 전문경영인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이사회 의장쪽으로 롤을 변화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10대 그룹 외 대기업에도 사익편취 등 법집행 강화

김 위원장은 기업 투명성 및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재계 서열 10위권 밖 대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0대 그룹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하위그룹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낙수효과’를 기대했으나 이에 못미쳤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10대그룹 이외 그룹에 대해 사익편취, 부당지원 문제 등에 대한 법집행을 강화하고 해당 정보를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기관투자자에 대해 제공해 소유지배구조의 책심성과 투명성을 개선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둘러싸고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은 “기업에서는 경영권에 대한 위협이라고 너무 과잉반응을 보이고, 국민들도 모든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이라고 상당한 오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간 대화를 나누면서 기업의 문제를 찾고 공동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게 스튜어드십 코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양측의 과잉기대와 과잉 반응이 합리적으로 조정되는 과정이 지나면 연금사회주의 논란도 잦아들고, 우리기업들의 지배구조가 건전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용어설명

○스튜어드십 코드: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처럼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해 주주 권리를 보호하는 행동을 말한다.

○주주행동주의: 주주가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영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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