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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2002년 개봉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 한 장면입니다. 이 영화는 당시 미래 도시와 삶을 세밀하게 묘사해 많은 주목을 받았었죠. 광고판이 고객을 먼저 알아보고 맞춤형 정보를 보여주는가 하면 출입문을 나서는 순간 차의 시동이 켜지는 이 같은 기술을 일컬어 바로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라고 합니다. 말그대로 각종 사물이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통신망을 통해 각자 ‘알아서’ 커뮤니케이션(연결)하고, 이로부터 정보를 수집·분석·예측해 인간의 개입 없이 지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감각기관이 받아들인 정보를 뇌가 분석하는 인간의 신경계(神經系)처럼 사물 스스로가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환경 말입니다. 모바일 혁명 이후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초융합 IoT 시대는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바꿔놓을까요. IoT는 생각하는 것보다 이미 우리 실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든 것들이 많습니다.
인간 개입 없이 사물 간 소통…살아있는 인터넷 ‘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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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보일러·TV·냉장고·세탁기 같은 가전제품뿐 아니라 스마트 조명, 숟가락, 침대, 쓰레기통 등에 이르기까지 집안에 있는 모든 사물들에 센서를 붙여 습관을 인지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죠. 집집마다 TV 옆에 놓여 있는 셋톱박스와 인공지능(AI) 스피커, 아이들이 차고 외출하는 미아방지용 키즈워치, 차량 내비게이션, 고속도로 하이패스 등도 모두 IoT가 탑재된 제품과 서비스입니다.
아직 시범 운영 중이지만 자동차 스스로 움직이는 무인차, 무인 편의점도 IoT 기술을 적용한 실례입니다. 앞으로는 장보는 모습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장봐야 할 목록을 따로 적을 필요가 없죠. 이를테면 냉장고 안의 계란이 떨어질 때 즈음 냉장고가 가상의 장바구니에 계란을 담아두는가 하면, 화장품 사용량을 체크하는 식입니다.
두 번째 요소는 ‘네트워크 인프라’입니다. 이는 사물과 사물 혹은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도록 지원하는 기술로, 인터넷주소(IP)를 제공하거나 무선통신모듈을 탑재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유선·이동통신(LTE·5G 등)·무선 랜(와이파이 등)·무선 팬(블루투스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서비스 인터페이스’로 사물이 수집한 정보를 형태에 맞게 가공처리하거나 융합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빅데이터, 보안 및 인증 등 다양한 기술이 활용되죠. 마지막이 ‘보안’입니다. 사물인터넷 구성 요소에 대한 해킹 및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이죠. 간단히 말해 사물이 서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는 입과 귀, 기억 그리고 판단할 수 있는 뇌가 필요한데 센서는 주위의 반응을 읽는 귀이고, 다른 사물에게 반응의 결과를 전달하는 네트워크는 신경회로이며, 데이터를 보관하는 클라우드는 기억이고, 빅데이터 분석은 뇌라고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IoT 시대는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와는 개념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모바일 시대엔 개인이 정보가 필요할 때마다 쉽게 찾는 것에 만족했다면 IoT 시대는 주변 사물이 나에게 조언(Advice)하고, 권하는(Recommend) 것이 가장 중요한 차이점 입니다. 정보에 대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죠. 주변의 사물들이 고도의 지능형으로 바뀐다고 보면 됩니다. 사물이 조언하는 시대는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물의 연결 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스코에 따르면 2020년이면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 수가 무려 500억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20년 1인당 약 10개에 가까운 사물이 연결되고, 2030~2040년쯤 되면 1인당 200개에 이르는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가트너·스태티스타 등 시장조사전문기관 저마다의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2020년까지 인터넷 연결 사물수가 10개 이상 늘어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상상에만 머물렀던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이 눈앞에 바짝 다가온 셈입니다.
구글이 IoT 스타트업 ‘네스트’ 사들인 까닭
사물인터넷을 얘기할 때 ‘구글’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구글은 2014년 1월 모토롤라의 휴대폰 사업부를 헐값에 팔고, 무선인터넷 온도조절기 회사 네스트를 무려 32억달러(한화로 3조2000억원)에 사들여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습니다. 네스트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온도조절기와 화재경보기를 만드는 회사 입니다. 2013년 당시 매출 추정액은 3억달러로 무려 10배의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죠. 구굴이 불과 3년 정도밖에 안된 스타트업회사를 사들인 이유는 스마트홈에 대한 구글의 야심 때문입니다. 구글은 네스트가 가진 홈네트워킹 관련 기술력을 확보해 스마트폰 이후의 사물인터넷 시장에 본격적인 행보를 드러내기 시작했죠.
구글뿐만이 아닙니다. 삼성, GE, 인텔, 퀄컴, 시스코 등 쟁쟁한 기업들이 잇따라 IoT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단순히 비용절감 수준의 경제적 차원 때문만은 아닙니다. 각 사물이 연결되면서 주고받는 다양한 정보 자체에도 무궁한 비즈니스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적 영역에서도 한몫합니다. 행동패턴 등의 예측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각종 교통사고나 환경오염 및 범죄 등 사회적 문제 예방에도 도움을 줍니다.
영역의 확대·기술과 융합…진화하는 ‘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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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산업 영역입니다. 초기의 IoT가 주로 스마트기기 등 일반 소비자 중심이었다면 최근엔 제조·에너지·건설·농업 등 전 산업분야로 확대, 산업 IoT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든 산업의 서비스화가 이뤄지면서 기존 산업에 대한 고정관념이 크게 바뀔 것입니다. 이종산업 간의 협업, 서비스 간의 연결 등이 핵심이죠. 기업들은 어떻게 새로운 제품군을 만들고 이를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 사물인터넷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될 분야가 헬스케어이고, 가장 최후의 서비스는 스마트 시티라고들 말합니다.
다만 IoT 환경에서 개인 프라이버시와 보안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로 꼽힙니다. 사적 영역에 대한 명확한 정책이나 법제도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창발 서비스와 이에 따른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나올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결국 지능화된 사물과 함께 살고, 공조하는 세상을 설계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는 것이죠. ‘한계비용제로사회’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자본주의는 IoT라는 혁명적인 플랫폼을 통해 미래 공유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며 단순한 기술이나 경제의 진보를 넘어선 거대한 변혁의 물결로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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