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강원도 철원 육군 부대에서 K-9 자주포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사고에서 전신화상을 입은 이찬호(25) 예비역 병장은 "아직까지 국가로부터 어떠한 보상과 진상규명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 병장은 자주포 사수(射手)였다. 같이 있던 동료 3명은 숨졌다. 이 병장은 사고로 전신 55%에 2~3도 화상을 입어 영구 장애에 대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현재는 화상전문 병원인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이 병장은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전역을 미뤘다”며 “국방부와 제조사에 대한 처벌과 사과를 원한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올렸다.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의 치료와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다. 두 달만인 지난달 30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했다.
이에 청와대는 “장병들이 희생과 공헌에 걸맞은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하반기에 국가유공자 등록이 결정된다"고 답변을 내놓았다.
사고 생존자인 이 병장이 현재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지 스냅타임이 직접 만났다.
"실상은 달라진 게 없어…국민청원 답변에 속았다"
이어 그는 "국민청원에 다들 속은 것"이라며 "그나마 제공받던 식비, 숙소, 차량 지원 등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다. 간병비는 하루에 6만원을 지원받는 데 사설 간병인에겐 최소 10만원은 줘야 하기 때문에 결국 사비 4만원을 더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병장은 현재 몸 상태에 대해 "앞으로 3번의 큰 수술이 남았고 전신에 2~3도 화상과 기능장애가 남아있어 3년 동안 월 평균 650만원의 치료비가 든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추가 치료가 필요하나 군은 올 11월까지만 비용을 댄다. 현행법상 훈련 중 다친 병사의 치료비는 국방부가 전역 후 6개월까지 치료비 전액과 간병비를 지원하며 국가유공자 등록 이후에는 국가보훈처에서의 지원을 한다. 다만 이 병장처럼 사립 병원에 입원하면 별도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병장은 심사를 거쳐 올 하반기 국가유공자 등록이 결정된다. 보훈처는 지난 5월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이 병장의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심사하겠다고 했다.
"정부와 군은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더라"
이 병장은 인터뷰 내내 정부와 군의 행태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기다렸던 국가의 답변이었지만 사과는커녕 책임 회피만 하더라"라며 "정부가 국민청원에서 책임소재와 대책을 명확하게 얘기하지 않았다"고 했다.그는 "청와대의 해결책은 하반기에 국가유공자가 될지 말지를 결정해주겠다는 것 뿐"이라며 "그 마저도 아직 확답을 안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처음부터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 안내는 없었을뿐더러 국가유공자가 되는 것은 절차가 엄청나게 까다롭다"고 덧붙였다.
보훈대상자의 요건에 해당함에도 신체검사에서 기준미달 판정을 받는 등 보훈대상자 선정 기준이 '고무줄 잣대'여서 이에 대한 불만으로 '국가유공닷컴'이라는 카페가 생길 정도다.
"배우 꿈꿨는데 남은 건 취업 가산점 10%"
이 병장은 “취업지원과 교육지원을 해준다는 말을 했지만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되면 평생 치료와 상이등급에 따른 보훈 급여금 등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배우를 꿈꾸던 그의 손에는 취업 가산점 10%이 남았다. 이 마저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돼야 얻는다.
이 병장은 2차 전역연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국가에 헌신했다면 그에 걸맞은 예우가 당연히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부당한 처우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이 싫었다.
이 병장은 "군 장병들을 소모성 실험체로 보는 정부의 태도에 화가 난다"며 "내 목소리를 통해 더는 나와 같은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승관 기자, 유정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