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영국과 네덜란드계 다국적 생활용품업체인 유니레버 인수를 추진하다 퇴짜를 맞았던 크래프트하인즈가 곧바로 인수의사를 철회했다. 영국 국민들과 정치인 등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로 보이며 앞으로 다른 식품업체 인수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와 브라질 사모펀드인 3G캐피털이 소유하고 있는 크래프트하인즈가 19일(현지시간) 유니레버와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두 회사간 합병 제안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사는 서로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크래프트는 유니레버의 기업 문화와 전략, 업계에서의 리더십을 존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래프트가 이처럼 구구절절 이유를 댔지만 사실은 버핏과 3G캐피탈의 호르헤 파울로 레만 최고경영자(CEO)가 유니레버 인수에 따른 영국 국민들과 정치인들의 부정적 발언을 의식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국 정부도 지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후 외국 기업의 영국 기업 인수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앞선 2010년 크래프트가 영국 초콜릿업체인 캐드버리를 인수하면서 영국에 공장을 남겨두기로 한 약속을 어긴 것을 언급하면서 이같은 인수합병(M&A)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건강을 중요시하는 음식문화가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식품 브랜드 판매가 큰 타격을 입고 있고 대형사들의 혁신도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식품업계의 합종연횡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에드워드존스의 브리태니 웨이스먼 애널리스트는 “유니레버 인수 불발로 크래프트의 M&A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겠지만 여전히 크래프트의 향후 행보가 어떨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며 “매출이 더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고 비용 절감 효과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만큼 조만간 또다른 액션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