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약국이 직접 실손보험금 청구한다(종합)

정부, 실손보험 청구절차 간소화 추진…내년 4분기까지 보험업법 개정
병의원·약국 등 "별 이익 없이 행정부담만 가중…보상책 마련해라" 반발
  • 등록 2015-12-17 오전 7:00:00

    수정 2015-12-17 오전 7:00:00

[이데일리 문승관 이성기 기자] 독한 몸살 감기로 며칠 간 끙끙 앓던 직장인 김 모(40)씨는 견디다 못해 최근 가까운 동네 의원을 찾았다. 주사와 약 처방을 받은 뒤 체력도 떨어진 것 같아 영양제 링거까지 맞으니 병원비는 5만원이 훌쩍 넘었다. 실손의료보험 상품에 가입해 있던 김 씨는 잠시 보험금 청구를 할까 생각하다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진료기록 사본·보험금 청구서·신분증 및 사본·각종 정보이용 동의서 등을 우편이나 팩스로 보험사에 직접 제출할 생각을 하니 번거로웠던 탓이다. 김 씨는 “빠듯한 살림에 몇 푼이 아쉽기는 하지만 각종 서류를 챙기느라 허비할 시간이 더 아깝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김 씨 같은 고객들은 직접 보험사에 청구하지 않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소비자 편익 차원에서 병원이 보험사에 보험금을 바로 청구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이 개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번거로운 청구절차로 소액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던 많은 보험가입자들이 보험금을 간편하게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가 16일 발표한 ‘2016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환자의 진료비 내역을 보험사에 직접 보낼 수 있도록 보험업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4분기까지 보험업법을 개정해 시행키로 했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으려면 먼저 병원에 치료비를 모두 낸 뒤 진료비 영수증 등 진료기록 사본, 보험금 청구서, 신분증 및 사본, 각종 정보이용 동의서 등을 우편이나 팩스로 보험사에 직접 제출해야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병원과 약국이 직접 진료기록을 보험사에 보내 보험금을 받게 되면 가입자는 복잡한 청구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보험금 지급 청구 절차 간소화로 소액 진료비 청구 건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이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보험금 미청구 건수를 조사한 결과 1만원 이하 외래진료비에 대한 미청구 건수 비율은 51.4%에 달했다. 소액 진료비에 대해서는 보험가입자 절반 이상이 복잡한 절차 때문에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것이다. 8000원 이하의 약 처방도 49.5%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

보험금 청구 절차가 복잡했던 것은 ‘의료법 21조’의 ‘진료기록은 제3자에게 제공이 금지된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시행령에 예외 규정이 있지만 ‘제3자’는 개인으로 제한했다. 보험사는 개인이 아닌 법인이기 때문에 현행법상 진료기록을 병원으로부터 직접 받을 수 없다. 내년에 ‘특례법’인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법적인 문제는 사라진다.

일부 보험사는 이미 실손보험 청구절차 간소화에 대비해 시스템 구축을 마쳤다. 삼성화재는 핀테크 기업 ‘지앤넷’과 업무협약을 맺고 청구절차 간소화를 위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보험업계는 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지만 병의원·약국 등 의료계는 별다른 이익 없이 행정부담만 가중된다며 반발하고 있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보험사들이 환자들의 축적된 진료정보를 어떻게 관리할지 알 수 없고 과도한 행정적 부담만 떠안게 된다는 게 반대 이유다. 의료계 관계자는 “청구 절차가 간소화하면 소액 보험료 청구도 증가해 행정부담만 늘 것”이라며 “병의원과 약국에는 전혀 혜택이 없어 보험사가 약국에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실손보험 자동청구시스템은 금융위와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잘 마쳐서 내년부터 추진키로 했다”며 “국회 논의 과정과 병의원 업계의 반대 등은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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