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 뉴요커보다 내집 장만 7년 9개월 더 걸린다

서울과 뉴욕 평균 주택 매매값 10.8% 차이
서울 직장인 연봉은 뉴욕 직장인의 44%수준
"국내 부동산 자산 비중 높아...다양한 대책 마련돼야"
  • 등록 2014-12-03 오전 8:31:21

    수정 2014-12-03 오전 8:31:21

△ 뉴욕 맨해튼 36번가와 2번 애비뉴에 위치한 파크 크레센트 아파트 전경. [사진제공=씨디 리얼티]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 미국 뉴욕의 한 투자 회사에 다니는 데니스 베넷(31)씨. 직장 6년 차인 그의 연봉은 8만달러(약 8816만원)다. 그는 뉴욕 맨해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파커 크레센트(Parker Crescent) 아파트에 룸메이트와 같이 살고 있다. 방 2개와 화장실 1개를 갖춘 850스퀘어 피트(전용면적 78.82㎡)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약 59만달러. 지난 8월 거래된 실거래가는 54만8000달러(약 6억2000만원) 선이다. 데니스씨의 연봉을 집에 고스란히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때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6년 10개월(6.85년)이 걸린다.

. 국내의 한 중견 제조 업체에 다니는 박웅(33)씨의 연봉은 3950만원이다. 그는 2년 전 결혼에 맞춰 대출과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래미안 상도 2차 아파트에 전세(3억6500만원)를 얻었다. 방 3개와 화장실 1개를 갖춘 이 아파트(전용면적 84.79㎡)의 실거래가는 5억1500만원. 박씨의 급여를 집 구매에 모두 쓴다면 약 13년치의 연봉이 필요하다.

지난해 가팔랐던 뉴욕의 주택 가격 상승에도 서울시내 평균 아파트값이 뉴욕의 9부 능선에 근접했다. 그러나 서울 근로자의 연평균 임금은 뉴욕 시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시민이 뉴요커보다 내 집 장만을 하는데 평균 7.7년이 더 걸리는 셈이다.

미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Zillow)에 따르면 뉴욕시 평균 주택 가격(2014년 10월 기준)은 53만5200달러(약 5억9166만원)로 지난해보다 8.6% 상승했다. 부동산써브가 조사한 서울시내 아파트(총 121만5349가구)의 평균 매매가는 5억2749만원. 두 도시 간 매매 가격이 10.8%(6417만원)의 차이를 보이며 우리나라 집값이 뉴욕의 90%까지 근접했다.

그러나 두 도시의 임금 격차는 2배가 넘는다. 미국 노동청이 발표한 뉴욕 거주 직장인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보다 12% 오른 78000달러(약 8630만원)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서울지역 5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연평균 급여(3840만원)보다 2.24배(뉴욕 대비 44%) 높은 수치다.

연평균 임금을 순수 주택 구매에 쓴다면 뉴요커는 6.025년, 서울은 13.73년이 걸린다. 산술적으로 서울 시민이 뉴요커보다 내 집 장만을 하는데 7년 9개월(7.75년)이 더 소요되는 것이다.

KB금융지주의 ‘주요국의 주택가격 비교와 시사점’이란 보고서에도 서울의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지수는 9.4(대출자는 7.8)로 홍콩과 밴쿠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다. 경기(6.6)와 인천(6.2)지역도 미국의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의 PIR(6.2)을 웃돈다. 유엔 인간 정주위원회는 3.0~5.0을 PIR 적정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전체 자산의 74.3%를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이 재산으로 인식되는 특수성이 이 같은 경향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손윤경 KB금융지주 부동산 연구원은 “소득과 주택 가격에 대한 접근은 양국의 국내 총생산(GDP)이나 물가 수준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은 금융 자산이 높은 반면 대한민국은 부동산 자산 비중이 커 여타 국가보다 PIR이 높게 형성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미국은 급여만으로도 집 구매가 가능하지만 한국은 부모로부터 받는 불로소득 없이는 집 장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추가적인 주택 공급 등을 통해 과도화된 매매 가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세계 주요도시 소득대비 주택가격(PIR) 지수 [자료제공=KB 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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