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만 늘리겠다" 노량진 경찰학원 '호황'

순경 채용 확대 기대감에 명문대생도 시험준비
응시연령 40세 상향조정에 직장인도 문 두드려
  • 등록 2013-02-03 오후 2:54:41

    수정 2013-02-03 오후 2:54:41

[이데일리 이정혁 기자] 서울 소재 사립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8)씨는 휴학을 하고 노량진 고시촌에 방을 마련했다. 올 하반기에 치러지는 순경 공채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올해 순경 공채 인원이 크게 늘어났다는 소식에 경찰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며 “원래 준비하던 7급이나 9급 공무원 시험과 함께 경찰 시험까지 ‘양다리’를 걸친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순경 공채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순경 채용규모가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데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임기내에 경찰을 2만명 증원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한 몫을 했다. 시험 응시연령이 ‘30세 이하’에서 ‘40세 이하’로 상향조정돼 회사를 그만 두고 시험준비에 뛰어드는 직장인들마저 등장했다. 경찰청은 올해 1651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833명을 뽑았다.

노량진 고시촌의 경찰학원들은 때아닌 호황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노량진의 한 경찰학원 관계자는 “경찰학 개론 강의에만 1000명이 넘는 수험생이 동시에 들을 정도로 경찰 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커졌다”며 “졸업이 한참 남은 2학년 때부터 찾아와서 상담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학원 관계자는 “서강대와 한양대, 성균관대 등 서울 명문대 학생들도 9급 순경 공채를 준비하기 위해 학원을 찾고있다”며 “지방대생들이 주로 9급 순경 공채를 준비한다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경찰 채용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에 7·9급 일반 공무원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이 ‘양다리’를 걸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체력테스트에 대비해 ‘경찰체력학원’을 다니기도 한다.

7급 일반 행정직 시험을 준비 중이던 박모(27) 씨는 “당초 7급이나 9급 일반행정직을 목표로 삼았는데 올해부터는 순경 공채에도 응시할 생각”이라며 “경찰시험은 체력 테스트 비중이 크기 때문에 따로 체력학원을 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 지망생들이 급증하면서 경찰 시험이 경쟁률이 치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2년째 순경 공채를 준비하고 있는 김모(29) 씨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올해 경쟁률과 커트라인이 예년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경찰 지망생이 확실히 많아졌다”며 “채용규모가 늘어서 다행이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 오히려 바늘구멍이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지난해 하반기 순경시험 평균 경쟁률은 89.3대 1로 대구 남자 순경의 경우 26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어 광주(232대 1), 전북(157대 1), 대전(146대 1) 순으로 경쟁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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