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입원 안했다고"..종양수술하고도 보험사기 몰려

수술 후 당일퇴원 수천명 입원규정 위반으로 기소
보험사 규정 위반 빌미 고객 대상 보험금 환급 요구
  • 등록 2012-11-28 오전 9:23:11

    수정 2012-11-28 오전 9:23:11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경기도 안산에 사는 주부 이모(48)씨. 지난 2010년 건강검진을 통해 유방에 종양이 발견되자, 4차례에 걸쳐 입원해 맘모톰 시술을 받았다. 다행히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그는 입원 확인서를 제출하고 H보험사로부터 치료비 전액인 900여만원을 받아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한순간에 보험사기범이 됐다. 2011년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이달에는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 전액을 돌려달라는 민사소송까지 당했다. 시술 받을 당시 6시간 이상 입원(복지부 요양급여 기준)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수천명이 이씨와 같은 이유로 보험사기범으로 몰렸다. 유방 종양 제거 치료법인 맘모톰과 하지정맥류 시술을 받은 보험가입자가 주 타깃이다. 비교적 간단한 시술인 탓에 대부분 당일 입원 치료가 가능한 시술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금감원과 보험사의 고발로 시작된 경찰 수사는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포항북부경찰서 한 곳에서 적발한 의사와 환자만 1000여명을 넘는다.

6시간 입원 안하면 보험 사기

경찰과 보험사가 문제 삼은 것은 건강보험의 입원기준인 ‘6시간’이다. 6시간을 입원하지 않은 보험가입자가 입원 보험금을 받은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통원보다 입원의 보상률이 높은 실손의료보험의 특징을 이용해 보험가입자가 의료기관과 짜고 허위 입원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험가입자는 이러한 입원기준 자체를 몰랐다. 이 기준을 보험약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한 보험사도 거의 없다. 이씨 역시 “6시간 입원이라는 기준이 있는 줄 몰랐고 설명을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 “병원에 가서 진료 절차에 따라 입원해 치료를 받고 퇴원했을 뿐”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입원을 시간으로만 규정하는 기준이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지난 2009년 입원실 체류시간만을 기준으로 입원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고 환자의 증상, 진단 및 치료내용, 환자의 행동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서로의 김계환 변호사는 “환자들이 시술 후 안정을 충분히 취하고 나왔다면 6시간 이내 퇴원했다고 하더라도 입원이라고 판단할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보험가입자들이 6시간 이상 입원해도 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입원기준 자체를 몰랐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보험사, 구상권 통해 보험금 회수

보험가입자들에게는 형사처벌이 끝이 아니다. 보험사는 기소유예 등 처벌을 받은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구상권을 청구한다. 대부분 보험가입자는 금액이 소액인 탓에 법정 다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게 된다. 경찰의 수사 배후에 보험사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의 손실이 커지자 모호한 기준을 이용해 보험가입자를 보험사기 피의자로 몰고, 구상권을 통해 보험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회장은 “보험사들이 몇년이 지난 맘모톰과 하지정맥류 시술까지 일일이 문제 삼고 있다”면서 “소송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보험가입자를 상대로 보험금을 회수하는 동시에 보험을 해지토록 해 추가 보험금 지급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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