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알맹이만 쏙 빠진 커피 컨슈머리포트

  • 등록 2012-08-05 오후 3:20:21

    수정 2012-08-05 오후 3:20:21

[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작년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한 명이 마신 커피는 약 338잔. 거의 하루에 한 잔씩 마신 셈이다. 커피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고려하면 한 명이 하루 한 잔 이상 마셨다는 추정이다. 그야말로 커피 공화국이라고 말할 만하다.

신기한 점은 수요가 이렇게나 많은데도 커피 값은 고공 행진을 한다는 것이다. 한 잔에 적게는 2000원대, 많게는 5000원대를 훌쩍 넘는다. 비싸지 않은 점심을 먹는다면 밥보다 커피를 사는 게 더 생색내기에 좋을 정도다.

그런데도 올 들어 스타벅스 등 일부 커피전문점은 커피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거품 논란이 재차 불거졌고, 물가에 관심이 높은 공정거래위원회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까지 나서 커피 값이이 왜 올랐는지 보겠다. 커피전문점의 불공정행위 여부를 살펴보고, 비교 분석 자료도 내겠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 소비자원이 커피 컨슈머리포트를 냈다. 그런데 어쩐지 내용이 영 부실하다. 각 브랜드별 커피 양이 때에 따라 다르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다. 맛에 민감한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최대 관심사는 ‘왜 이렇게 커피 값이 비싼가’인데도 말이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의 원가가 123원에 불과하다는데 커피 가격은 수십 배에 이른다. 업체들은 원두 값과 인건비, 매장 임대료를 이유로 들지만 해외 브랜드 커피가 왜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비싼지, 땅값의 차이가 나는 서울과 지방의 커피 가격엔 왜 차이가 없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여러 차례 지적된 사항인데도 소비자원은 조사조차 하지 않았고, 할 계획도 없다고 했다. 이유도 가관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자꾸 가격과 원가에만 (초점이) 맞춰지니 부담된다”며 “이 보고서는 품질을 비교한 것으로 봐달라”고 애써 설명했다. 최근 컨슈머리포트가 가격만 따진다는 비난을 의식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커피전문점의 용량 관리가 부실하다는 내용이 의미가 없진 않지만, 이 내용만으로 과연 보고서가 애초 노렸던 ‘커피 값 인하’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업체로선 가격을 깎는 것보다 ‘물을 더 잘 붓겠다’는 답이 더 쉽기 때문이다. 부담을 지기 싫다는 이유로 소비자의 주요 관심사를 쏙 뺀 부실 조사로 예산만 낭비한 꼴이다. 문정현 기자 mjh101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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