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중심의 골드만삭스와 상업은행 비중이 높은 씨티그룹 사이의 엇갈린 행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회사의 엇갈린 실적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제조·소매업)와 월스트리트(금융산업) 경기의 온도차, 즉 미국 경제의 분열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 주인 보다 앞서 달리는 그림자
올들어 미국의 실물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회복의 속도는 매우 더디다. 반면 실물경제의 그림자라 일컬어지는 금융시장은 다시 주인 보다 앞서 내달리고 잇다.
체감경기를 좌우하는 고용시장은 10%에 육박하는 실업률이 보여주듯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제자리 걸음을 치는 가계소득에다 부동산 시장 회복세도 미진해 모기지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 사람도 줄지 않고 있다. 빚갚기에 여념이 없는 가계들로 인해 소비자 신용은 7개월째 줄어들고 소비는 바닥을 긴다.
반면 주식시장과 자금시장(머니마켓) M&A시장은 경기한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처럼 미국 경제의 현주소는 메인스트리트와 월스트리트간의 심각한 온도차, 나아가 메인스트리트내에서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으로 대변된다.
◇ 훨훨 나는 골드만..버둥대는 씨티
이 같은 양상은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의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3분기 순이익은 31억9000만달러(주당 5.25달러)를 기록, 전년동기 실적(8억45000만달러)을 크게 상회했다. 시장 전망치(주당 4.18달러)도 뛰어넘었다. 3분기 매출도 전년동기 60억4000만달러에서 123억7000만달러로 두배나 증가했다.
IB형 은행 답게 증시 호황으로 주식거래수수료 수입이 늘고 채권발행 및 M&A 주간사 수입도 크게 늘었다. 실물경제 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내달린 금융시장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골드만삭스에 비해 상업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미국 대출자들이 처한 어려움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씨티그룹은 3분기 들어서도 80억달러에 달하는 부실채권으로 손실을 봤다.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디트 CEO는 "미국 소비자 신용은 여전히 우리의 단기 실적에 영향을 줄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 "실물경제 회복 만큼이나 씨티 회복에도 시간걸려"
전문가들은 더딘 실물경제의 회복세 만큼이나 씨티그룹의 실적 회복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씨티그룹의 3분기 손실은 부분적으로 회계기준 변경에 의한 것도 있지만 진창에 빠졌던 소매 금융부문이 얼마나 빨리 회복될 수 있을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
팬디트 CEO도 "신용카드와 모기지 부문의 부실이 개선되고 있지만 소비자 금융 사업이 침체기를 벗어났다고 선언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25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조기상환이 허용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어떻게 하면 눈총을 덜 받고 돈잔치를 벌일 수 있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FT는 "올해 골드만삭스 임직원은 사상 최고였던 지난 2007년 수준의 보너스를 챙길 준비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골드만삭스 임직원의 총보수(연봉+성과급)는 218억5000만달러로 사상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