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보건복지부의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이 기대 수명인 83.5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에 이른다. 3명 중 1명꼴로 암을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신간 ‘사랑과 맥주 한 잔의 자유’도 암 투병에 관한 에세이다. 저자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혈액암의 일종인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저자는 암이란 재앙과 마주한 뒤 생존을 중심으로 일상의 구성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그런 가운데 완치를 목표로 설정한 새로운 일상을 보내며 느낀 바를 글로 정리했다.
“나의 쾌유를 위해 주변 사람들이 건넨 말들은 안타깝게도 잘 와닿지 않았다”고 털어놓는 저자의 이야기는 일반적인 암 극복 서사와는 결이 다르다. 그보단 암 경험자가 누려야 할 존엄과 자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탐구한 가감없는 기록서에 가깝다. 치유와 자유의 경계에서 글을 적어 내린 저자는 암 투병 당사자들을 지나치게 통제하며 죄책감을 강요하는 암 치유 문화를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는 병원의 진료 방식, 민간보험이 있어도 감당하기 어려운 의료비 부담, 노인과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 제도 등에 대한 문제도 꼬집는다. 나아가 이러한 문제들이 환자들을 과열된 암 치유 문화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다.
약 1년 반 전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저자는 ‘이제 암은 큰 재앙이 아니다’라는 증거가 되는 것도, ‘암 경험자는 평생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통제의 대상이 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저자는 “병자의 안녕을 위해서 병자를 대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