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이 확정됐다. 일본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상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유족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선고 기일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법원의 1심 각하 취소 판결을 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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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상고 기한인 이날 0시까지 상고장을 내지 않아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앞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2심 법원의 판단에 대해 상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그간 국내에서 진행된 위안부 관련 소송에 무대응으로 일관해 온 바 있다.
앞서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구희근)는 지난달 23일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배소 항소심에서 각하 결정이 났던 원심을 깼다.
앞서 1심은 2021년 4월 “2015년 한일합의가 현재도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어 합의서 내용에 따라 피해회복이 현실적으로 이뤄진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주권 국가인 일본에 다른 나라의 재판권이 면제된다는 등의 이유로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끝내는 ‘각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국제관습법상 일본 정부에 대한 우리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일본이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한 국가 영토 내에서 그 국가 국민에 대해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그 행위가 주권적 행위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국제 관습법이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전쟁 중 군인 사기 진작 등을 목적으로 10~20대에 불과했던 피해자들을 기망·유인하거나 강제로 납치해 위안부로 동원했다”며 “피해자들은 최소한의 자유조차 억압당한 채 매일 수십명의 일본군으로부터 원치 않는 성행위를 강요당했고 종전 이후에도 정상적 범주의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판결이 확정됐으나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불투명하다.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피해자 측이 압류할 수 있는 일본 정부의 재산을 찾아내 법원에 강제 처분을 신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