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24시간 거래 허용”…증권사 인수전 막 올랐다

금융위, 전면 허용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 발표
코인보다 안전, 주식·부동산보다 새로운 투자처
해외 선진국보다 빨리 선제적 STO 제도화 시도
증권사가 발행 뛰어들어 ‘STO 플랫폼’ 인수 전망
김주현 위원장 “혁신 동력,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
  • 등록 2023-02-05 오후 12:00:00

    수정 2023-02-06 오후 7:41:16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해 부동산·미술품 등에 조각투자를 할 수 있는 토큰 증권 발행(STO)이 이르면 내년에 전면 허용된다. 24시간 온라인으로 실물자산에 소액 투자가 가능해, 코인보다 안전하고 주식·부동산보다 새로운 투자 시장이다.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디지털자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국내 상황을 고려해 해외 선진국보다 빨리 선제적으로 STO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시도다. 증권사들은 STO 플랫폼을 선점하려는 인수전에 본격 뛰어들 전망이어서 시장 판도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5일 ‘디지털 자산 인프라 및 규율체계 구축’ 국정과제를 반영해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금융위가 지난달 19일 제6차 금융규제 혁신회의에서 STO 전면 허용 방침을 밝힌 뒤, 후속 가이드라인을 담은 것이다.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에 따른 STO를 발행하고, 발행·유통 관련한 계좌관리기관·장외거래중개업을 신설하는 게 골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이데일리DB)


STO는 실물자산과 연동한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부동산·미술품 등에 대한 ‘쪼개기 투자’가 가능하다.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코인처럼 24시간 STO 투자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다만 투자 대상이 실존하는 실물이어서 코인 같은 가상자산 투자보다 안정적 투자가 가능하다. 현재는 일부 조각투자 업체들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시적 사업을 하고 있으나, 이번 규제혁신으로 법적인 제도화가 추진되는 것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토큰 증권은 가상자산 형태로 발행되었을 뿐 증권으로 규정돼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규제를 따르게 된다. 투자자 보호, 공시, 인·허가 제도, 불공정거래 금지 등 모든 증권 규제가 STO에 그대로 적용된다. 앞으로 비트코인 등 증권이 아닌 기존 가상자산이 국회에서 입법 예정인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따르는 것과 대비된다.

최대 관심사인 ‘발행’ 관련해서는 신뢰성·전문성·안정성 등 일정 요건을 갖춘 발행인이 토큰 증권을 직접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계좌관리기관은 증권사가 주로 맡고, 총량 관리는 한국예탁결제원이 맡을 전망이다. 다만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STO 발행과 유통은 분리하는 원칙이 적용된다. A 증권사가 발행·인수·주선한 증권을 A 증권사 스스로 유통할 수 없고, 자기계약도 금지된다.

다만 최근에 대신증권이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 인수를 추진한 방식처럼 증권사가 발행 분야에 뛰어들 수 있다. 이 과장은 “STO 발행과 유통은 원칙적으로 분리돼 A 증권사가 발행한 STO를 A 증권사가 유통하는 건 금지하되, 증권사의 지분 투자·인수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STO의 최대 수익처가 될 발행 분야를 누가 선점할지를 놓고 ‘STO 플랫폼’ 인수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개인별 STO 투자 한도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STO는 신설되는 장외거래중개업 시장은 공시 예외가 적용되는 소규모 유통시장이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장외거래가 활발해져 향후에 상장하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 현재 주식처럼 한국거래소(KRX)의 매매·청산·결제 절차를 따를 예정이다. 구체적인 개인별 투자 한도는 추후에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STO로 인정받는 증권성 여부에 대해서는 현행 자본시장법(4조)와 작년 4월 발표한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을 통해 판단할 예정이다. 증권 여부 판단에 대한 적용 사례·판례 등이 축적될 경우,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에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보완하기로 했다. 제도 시행 전까지 꾸준히 보완해 증권 여부 판단에 대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에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제도화에 나설 예정이다. 법 개정 전이라도 혁신성이 인정되는 경우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STO를 허용할 계획이다. 내년 총선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해 연내에 법안이 처리되지 않더라도 증권사 등이 샌드박스를 통해 STO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금융위는 △다양한 조각투자로 손쉽게 발행·유통 △소규모 장외시장 형성 △투자자 보호에 현행 증권 제도를 동일 적용 등의 원칙에 따라 STO 활성화에 나설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새롭게 등장한 기술을 우리 자본시장으로 수용해 혁신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며 “적극적이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STO(Security Token Offering)=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토큰(가상자산) 형태의 증권(ST)을 발행하는 것이다. 부동산·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담보로 토큰을 발행해 증권처럼 거래할 수 있다. 소액 쪼개기 투자를 하는 것이어서 ‘조각투자’로 불린다. 투자자는 지분, 의결권, 이자, 수익금 등을 나눠 가질 수 있다. 당초 증권형 토큰으로 불렸으나, 금융위원회는 향후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에 반영할 법령상 용어로 ‘토큰 증권’으로 명명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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