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조준한 국감…헛발질 안 나오려면

오늘 정무위 코인국감될 듯..이석우 두나무 대표, 김지윤 DSRV 대표 증인 출석
테라 루나 관련자 아무도 증인으로 안나와
책임 추궁, 번지수 잘못 찾을까봐 우려
"재발 막기 위한 방안 찾는 자리 돼야"
  • 등록 2022-10-06 오전 8:50:14

    수정 2022-10-06 오전 8:50:14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오늘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가상자산 업계 인사들이 다수 소환돼, 전례 없는 코인 국감이 예고된다. 최대 이슈는 지난 5월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테라·루나 폭락 사태다. 여야는 테라가 한국에서 시작된 가상자산 프로젝트인 만큼 관련된 인물들을 불러 사건의 전말을 따져 묻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첫 코인 국감에서 번지수를 잘못 찾은 질문이 난무하는 것 아닌지 우려가 크다.

테라·루나를 발행하고 운영한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는 행방이 묘연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고, 테라 공동창업자인 신현성 차이홀드코 대표도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해 국감장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엉뚱한 사람들에게 사태 책임을 묻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테라·루나에 직접 관련된 사람 아무도 안 나와

정무위는 오늘(6일) 금융위원회 국감에 가상자산 업계 인사 다수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해 증인 명단에 오른 사람은 △이석우 두나무 대표 △신현성 차이홀드코 대표 △김지윤 DSRV 대표 셋이다.

지난 5월 테라·루나 두 코인이 갑자기 폭락해 시가총액 58조원이 증발하고, 막대한 투자자 손실이 발생했다. 2만 여종이 넘는 코인 중 루나는 시총 기준 10위안에 들어가는 인기 코인이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충격이 컸다. 금융당국 추산에 따르면 국내에서 두 코인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사람은 28만 명에 이른다.

이번 국감에서도 정무위 의원들이 사태 책임을 놓고 집중 추궁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국감 증인 중 테라와 가장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신 대표가 빠지면서, 사태의 책임을 엉뚱한 사람에게만 묻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무위에 따르면 신 대표 측은 지난달 30일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테라·루나 관련 사기 혐의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확실시되는 상황”이라, “검찰 수사 중인 사건과 동일한 사항으로 국정감사 증인으로서 질의에 응할 경우 검찰 수사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신 대표는 권 대표와 2018년 테라를 공동 창업했다. 핀테크 기업 차이도 두 사람이 함께 만들었다. 2020년 테라 지분은 권 대표가, 차이 지분은 신 대표가 모두 가져가며 정리했지만, 신 대표는 이번 국감 증인 중 유일하게 테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인물이었다.

지난 5월 12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차트가 표시되고 있다.(사진=뉴스1)
가상자산 거래소는 루나 폭락 때 모두 똑같이 거래를 중지했어야 했나?

결국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집중포화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두나무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고, 이 대표가 국내 5대 거래소 협의체인 DAXA 의장을 맡고 있어 대표성이 있기 때문이다. 루나·테라와 관련해서는 거래소마다 거래종료일이 다르고, 막대한 거래 수수료를 취했다는 점이 지적될 전망이다.

정무위 소속 윤영덕 의원은 “테라·루나가 일주일새 고점대비 99.99% 하락하며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할 때조차 거래소는 수수료 수익만 올리고 있었다”면서 “이번 국감에서 거래지원종료일(상장폐지일)이 14일 차이가 난 이유가 무엇인지, 각 거래소별 상장폐지 절차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벼렀다.

실제 거래 종료일은 업비트가 5월20일인 반면, 코빗은 6월3일로 14일 차이가 났다. 루나·테라 사태 당시 수수료 수익은 △업비트 62억7716만9317원 △빗썸 19억5606만563원 △코인원 3억7300만원 △코빗 1764만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업계와 학계에서는 “관련 규율이 없는 상황에서 거래소를 탓할 수 있느냐”는 반박이 나온다.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갑작스럽게 시세가 요동칠 때 서킷브레이커(매매 일시정지)를 발동하는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닌데 거래소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거래소 각자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봤다.

거래소들이 100억에 가까운 루나 거래 수수료를 얻은 것을 문제 삼는 것도, 거래를 즉시 중단했을 때 발생할 피해는 고려하지 않은 문제제기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를 즉각적으로 중단했다면 오히려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원천차단했다는 원성이 컸을 것”이라며 “거래소들이 긴박한 상황에 수수료 수익을 계산하고 거래지원을 지속했다고 몰아가는 것은 과도하다”고 토로했다.

블록체인 인프라 운영 업체 DSRV는 테라·루나 사태에 책임이 있나?

블록체인 인프라 기술 스타트업 DSRV의 김지윤 대표에게도 테라·루나 사태의 책임을 묻겠다는 분위기다. 테라 블록체인을 운영하는 밸리데이터(노드 검증자)로 활동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블록체인 플랫폼이 작동할 수 있게 단순히 인프라를 제공하는 게 밸리데이터의 역할이라, 김 대표가 증인으로 나와도 할 얘기는 별로 없다. 밸리데이터는 해당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분석하며 블록체인이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끔 블록을 생성하는 업무를 맡는다. DSRV는 30여 개 이상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밸리데이터로 활동 중이다. 테라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수많은 서비스가 클라우드 위에서 돌아가지만, 클라우드 업체가 각 서비스의 사업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DSRV의 증인 채택을 놓고 “금융 서비스에 문제가 터졌다고 인프라를 제공한 클라우드 업체에 책임을 묻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적 관심을 생각하면, 이번 국감에서 테라·루나 사태가 다뤄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어쨌든 수많은 사람이 손실을 봤기 때문에 이번 국감에서 사안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책임을 물을 사람이 증인 중에 없기 때문에 잘잘못을 따지기보단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짚어보는 자리가 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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