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1일 사회적 타협 기구 ‘한걸음 모델’의 첫 성과로 농어촌 빈집을 활용한 숙박사업을 선정하자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규제 미비와 이해관계로 자칫 묻힐 뻔했던 농어촌 빈집 숙박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 다시 빛을 보게 된 순간이다. 택시업계와 간극을 끝내 좁히지 못하고 좌초한 승차공유사업 ‘타다’의 전철을 밟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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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빈집 숙박이란 지방에 방치된 빈집들을 활용해 이용객들이 머물 숙박시설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농어촌 주민들이 살고 있는 주택을 민박으로 활용하는 농어촌 민박과는 다른 개념이다. 다자요라는 업체를 세운 남 대표가 2018년 제주도 돌담집을 리모델링해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형태로 처음 시작했다.
제주 출신의 남 대표는 사업을 추진한 계기로 “제주도를 갈 때마다 해마다 모습이 너무 많이 바뀌어 안타까웠다”며 “지역에 빈집들이 굉장히 많다는 점을 알게 됐는데 앞으로 찾기가 어려워질 전통 돌담집을 여행객들에게 제공하면 좋아할 거란 생각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처음 문을 연 돌담집은 제주도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과는 멀리 떨어진 도순동이라는 한적한 시골에 위치했다. 개발의 때가 묻지 않은 곳에서 고즈넉한 마을 경관을 제공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돌담집 문을 연지 1년여만에 중단하게 됐다. 농어촌 민박은 해당 주택에 농어민이 거주해야 한다는 거주 요건이 있지만 이미 거주자가 없는 빈집에 대해서는 숙박시설로 운영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사업이 막힌 다자요는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관계부처가 모여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한걸음 모델의 우선 적용과제에 포함됐다.
이들이 내놓은 합의안은 전국 5개 지자체에 50채(영업일수 300일 이내)에 한해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숙박시설이 들어설 마을에 상생기금을 내놓거나 주민들의 민원을 들어주는 방안들도 합의안에 포함했다.
운영기간 성과를 보고난 후 관계부처는 농어촌 민박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제도를 만들어 해당 숙박업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농어촌 빈집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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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대표는 23일 규제 샌드박스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농어촌 빈집 숙박의 실증특례 안건을 의결하면 그간 멈췄던 제주 지역 4채 숙박시설 예약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빈집을 내놓겠다는 수요는 많다. 다자요는 빈집을 무상으로 임대해 리모델링한 후 장기(약 10년) 숙박시설로 활용하다가 소유주에게 돌려주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방치된 빈집을 꾸며주고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남 대표는 “처분도 애매한 빈집 소유주들이 장기 무상임대 후 귀향할 때 거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며 “현재 의뢰 들어온 빈집이 130채가 넘고 빈집이 많아 골치인 지자체들의 문의도 잦다”고 설명했다.
사업 중단을 겪으며 경영상 어려움도 있지만 인테리어나 가전·가구 등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빈집 리모델링을 진행할 방침이다. 리모델링한 빈집을 하나의 ‘쇼룸’ 형태로 만들어 홍보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제한된 점은 다자요 같은 농어촌 관광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 대표는 “최근 국내 농어촌 여행이 증가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앞당겨졌다”며 “앞으로는 코로나랑 같이 가야하는 ‘위드 코로나’가 시대가 될 텐데 이에 맞는 로컬여행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광지에 위치한 유명 호텔 체인처럼 다자요도 농어촌 관광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겠다는 게 남 대표의 목표다. 그는 “마을 안으로 이어지는 돌담길 같은 마을 경관들은 점차 보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농촌 여행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마을 주민들과 협업해 트렌드에 맞춘 콘텐츠도 개발하면서 다자요를 보러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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