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곰팡이 자체보다 미세한 포자가 건강 위협
곰팡이는 축축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자라는 미세한 실과 같은 형태의 미생물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곰팡이만 약 7만 2천 종으로, 생물계에서 곤충과 식물을 제외하고 가장 다양성이 큰 그룹이라 할 수 있다.
일단 곰팡이 자체는 인체에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번식할 때 공기 중에 퍼지는 포자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 포자는 매우 미세해서 우리 호흡기로 흡입되면 각종 기관지염, 알레르기, 천식 등의 원인이 된다. 어린이의 경우 곰팡이 포자가 기관지를 자극해 잔기침을 일으킬 수 있고, 면역력이 떨어진 당뇨병 환자와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에게는 만성축농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곰팡이는 피부에 난 상처를 통해 세균 감염을 유발한다. 상처부위는 피부가 습한 상태로 장기간 있게 되기 때문에 세균 번식에 좋은 조건일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피부질환은 발가락에 생기는 무좀과 사타구니의 완선, 몸통이나 두피의 어루러기 등 곰팡이 질환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무좀과 같은 곰팡이성 질환 때문에 고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곰팡이의 퀴퀴한 냄새는 메스꺼움과 피로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 창가, 장판 밑, 욕실 타일… 곰팡이 발생 상습지역
곰팡이는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피어난다. 이 때문에 장마기간에는 곰팡이와 세균의 생장속도가 평소보다 2~3배 빠르다. 을지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수영 교수는 “평소 집안에 습기가 차는 곳이 어디인지 체크해 수시로 점검함으로써 곰팡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며 “특히 창문 주변이나 벽 모서리, 장판 밑, 욕실 타일 등은 장마철 잦은 비로 습기가 쉽게 차 곰팡이 흔하게 발생하는 상습지역”이라고 말한다.
베란다나 욕실 등의 타일에 생긴 곰팡이는 가볍게 솔로 문질러 털어준 후 분무기에 락스를 넣고 물을 조금 섞은 후 뿌리면 깨끗이 제거된다. 그러나 화학약품 특유의 독성이 있기 때문에 작업 후 2~3시간 정도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시켜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장판엔 신문지, 옷장엔 제습제가 곰팡이 제거에 도움
장판 아래에 습기가 찬 경우에는 마른 걸레로 닦고 바닥에 신문지를 몇 장 겹쳐 깔아서 습기를 빨아들이도록 한다. 눅눅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2~3일에 한 번씩 신문지를 갈아주는 것도 좋다.
옷장에는 제습제를 넣어두고 옷장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놓으면 습기 제거는 물론 잉크냄새를 싫어하는 해충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제습제를 둔 후에도 옷장 주변으로 습기가 유입되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고 자주 통풍을 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 곰팡이가 발생한 ‘근본원인’ 파악해야
그러나 이러한 제거법들은 임시방편일 뿐이고 결국 시간이 지나면 곰팡이가 재발한다. 김수영 을지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곰팡이가 쉽게 발생하도록 만드는 고온 다습한 여름 환경과 함께 곰팡이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영양분이 욕실벽, 베란다 바닥, 심지어 비누를 담아두는 용기 자체에도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장마철에 곰팡이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제습’과 ‘청결’이다. 특히 ‘우리집에 곰팡이가 발생한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를 파악해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가 오는 사이에 가끔 햇빛이 비칠 때는 집안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줘야 한다. 이때 음식이 닿는 주방의 식기나 도마, 행주는 일광소독으로 살균을 해주는 것이 좋다. 급성독소로 소화기장애를 유발시키는 푸른곰팡이균을 비롯해 암색선균, 누룩곰팡이균 등의 발생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침구류들도 햇빛이 강한 날 바싹 건조해주어야 한다. 또 장마철에는 두꺼운 이불일수록 습기를 많이 흡수하여 눅눅해지기 쉽기 때문에 가능한 얇은 이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자외선등을 구입해 눅눅한 곳이나 곰팡이가 핀 곳에 약 15분 정도 켜놓으면 곰팡이의 번식 방지와 살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장시간 눈에 직접 노출이 되면 백내장이 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