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리 상승에 이익 주는데"…증권가, 자기자본 확대 경쟁

증권가, 초대형IB 도약 위한 자본 확충 러시
미래에셋대우 8조원 목표…KB·NH·삼성·한투證는 4조
금융위 "연말까지 자기자본 기준 맞출 필요 없어"
  • 등록 2016-11-22 오전 6:19:59

    수정 2016-11-22 오전 6:19:59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내년 초대형 투자은행(IB) 시행을 앞두고 고심하던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확충에 속속 나서고 있다. 자본이 늘어도 뚜렷한 먹거리가 없는 상황이지만 일단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준은 맞춰놓고 보자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자기자본 8조원대의 독보적 1위 미래에셋대우와 자기자본 4조원대의 NH, KB, 삼성, 한국투자증권까지 5강의 선두그룹이 탄생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리한 자기자본 확충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통합법인인 미래에셋대우는 사내에 ‘초대형 IB 추진단’을 꾸려 자기자본 8조원 달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내달 합병이 완료되는 통합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약 6조70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이익을 더하고 내년 중 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각,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금융위가 제시한 8조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8조원 이상 초대형IB가 되면 종합금융투자계좌(IMA)를 통해 기업 인수합병 관련 대출을 할 수 있고 부동산 담보신탁 등 새로운 업무가 가능하다. 금융위는 내년 2분기부터 새로운 초대형 IB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발행어음과 외국환 업무가 허용되는 자기자본 4조원의 초대형IB 경쟁에는 이미 4조원을 넘어선 NH투자증권 외에 현대증권과 합병하는 KB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이 뛰어들었다. KB투자증권은 현대증권과 합병 후 2000억원 정도만 늘리면 4조원에 진입할 수 있고 삼성증권 역시 최근 자사주 10.94%를 삼성생명에 매각해 3조8000억원까지 자기자본을 늘렸다. 한국투자증권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071050)는 2000억원 가량의 회사채 발행과 2250억원의 기업어음(CP) 발행을 포함해 총 7000억원 가량의 자기자본을 이달 중으로 확충해 4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채권금리 급등으로 증권사의 수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자기자본 확충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일부 증권사들은 고금리로 회사채 등을 발행하는 등 무리하게 자기자본을 늘릴 계획이라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의 자산 절반이 채권인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당선 이후 채권금리 급등으로 증권사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큰 데다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새로운 업무가 수익창출에 어느정도 기여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자기자본을 늘리고 보자는 경영전략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투자업 규정상 자기자본은 최근 사업연도말 기준 대차대조표상의 자기자본에 지정신청일까지의 자본금의 증감분을 포함해 계산한다”며 “올해 말까지 무리하게 자기자본 기준을 맞출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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