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의 대체적인 내용은 일본국민 90%이상이 독도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 60%이상이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국내의 많은 언론들이 조사결과 전달에만 급급했지만 필자는 왜 이런 조사를 일본정부가 발표했는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즉 제대로 진행된 설문조사인지 매우 의심스러웠다.
독도 설문조사의 구체적인 사항은 검색사이트에서 일본어로 작성된 정부자료를 구할 수 있었다. 꼼꼼히 살펴본 결과 일본 정부가 실시한 독도 설문조사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대국민홍보자료였다. 국민여론조사의 요건을 성립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대표성과 객관성이다.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표본의 대표성과 설문의 객관성이 흐려지면 설득력 있는 조사결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우선 표본의 대표성이다. 일본정부의 독도 설문조사는 총 3000명을 접촉해 1784명의 응답을 받은 것으로 되어있다. 일본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10일간 조사했다는 정보만 있을 뿐이고 성, 연령, 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할당표집 여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만약 할당표집을 고려하지 않고 임의로 조사된 결과를 일본국민의 의견이라고 발표한다면 조사의 기본조차 모르는 것이다. 더욱이 조사결과를 보면 인터넷에서 독도관련 정보를 얻었다는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않았다. 유추하건데 응답자의 상당수가 TV, 라디오, 신문 등에서 주로 정보를 얻는 연령대가 높은 보수층일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국민여론조사로써 지극히 편향된 표본일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설문의 객관성이다. 여론조사 객관성의 기본은 조사대상자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해야 하고 질문의 보기나 설문의 진행은 중립적이어야 한다. 일본정부의 조사는 조사원이 개별면접으로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설문이전에 독도에 관한 일방적인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즉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응답자들에게 조사원이 일본정부의 특수한 정보를 먼저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일방적인 사전설명에만 그치지 않는다. 조사대상자들에게 독도에 관한 사전설명을 한 후에 인지여부를 묻고 있다. 답을 가르쳐주고 답은 무엇이냐고 묻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객관적인 인지여부란 아무런 보조적 설명 없이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를 측정해야만 한다.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 문항은 더 가관이다. 일본국민의 독도에 대한 관심이 71%정도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일본어로 작성된 일본 내각부의 자료를 보면 사실상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27.5%에 그친다. 척도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인 정도의 차이는 ‘관심이 매우 많다’와 ‘대체로 관심이 있는 편이다’로 명확히 그리고 일정하게 구분한다. ‘관심이 있다’와 ‘어느쪽이라고 말해야한다면 관심이 있다’는 척도구분은 매우 모호한 형태이다. 일반적인 설문구성법을 따르지 않았고 여론조사의 객관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한국정부와 한국인들도 마찬가지다. 독도 설문조사 결과에만 분노할 뿐 조사결과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나 극일을 위한 주도면밀한 대응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에 의한 치욕적인 역사를 경험했지만 우리 스스로 망각한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 일본정부의 독도 설문조사 http://www8.cao.go.jp/survey/tokubetu/h25/h25-takeshima.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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