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두고 그의 말바꾸기는 다른 정치 지도자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 9월 중순 이후보는 충청도의 행정도시건설청을 방문했다.
현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이후보는 `훌륭한 계획`이라고 치켜세우고, "찬성이나 반대를 떠나 차질없이 잘 진행돼서 예산 낭비없이 훌륭한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며 한마디 언급을 했다. 그는 더 나아가 "도시기능을 더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히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세종특별자치시 설치법안의 조속한 처리도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국회의원도 아니다. 그러면서 이미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대통령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우리는 이후보의 서울시장 시절의 "행정도시 건설은 수도분할 작업인 만큼 수도이전보다 더 나쁘다"는 언행을 기억한다. 그리고 2005년 3월 여야합의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법이 통과됐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후보는 이 법의 통과를 두고 "정말 통탄할 일"이라고 분개하고, "수도이전과 수도분할에 정략적으로 담합한 정치권은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 서울시장으로서 강한 비난을 정치권에 퍼부었다.
후보경선시절에 조차도 그는 균형발전 정책이 토지보상으로 인해 부동산투기를 부채질하고 세금 폭탄을 퍼부었고, 땅값만 올렸다면서 게거품을 물었었다.
이랬던 이후보가 7월엔 호남지역을 방문했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추진 현장을 방문하고, "혁신도시가 성공적으로 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의지를 표명하고, 문화일보(2007. 7. 6)와의 인터뷰에서는 "수도권 규제 완화와 동시에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필요"하고,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골자로 하는 혁신도시 개발사업 등을 승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제 충청도의 유권자들을 의식해서 일까? 입장을 바꾸었다. 서울시장시절에 반대했지만, 기왕에 시작된 것이니 제대로 해야 한다면서 더 빨리 더 크게 해 놓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결국은 표 앞에서 이 후보는 비굴한 처신을 한 것이다. 정말 통탄할 정도의 행정도시 건설계획이었다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는 의당 계획을 철회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수도분할이 위헌이라고 강경한 어조로 주장하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위 법의 통과는 대표적 포퓰리즘이라고 언성을 높이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행정도시 건설이 훌륭한 계획이라고 말바꾸기를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부엌에 가서 며느리 말을 들으면 며느리 말이 옳고, 안방에 가서 시어머니의 말을 들으면 시어머니의 말이 옳다는 속담이 있다. 이쪽도 옳고, 저쪽도 옳다는 말이다. 다분히 시간과 공간을 따라 변하는 정치지도자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원칙을 지키는 지도자들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까?
균형발전정책 하나만 가지고도 이렇게 말이 바뀐다면, 향후 이후보의 말은 또 얼마나 많이 바뀔까?
비단 이명박후보에 한한 것은 아니다. 이제 대선을 앞두고 또 다른 대권후보들의 말바꾸기 시리즈들을 보아야 하는 국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