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프랑스 야당인 좌파연합인 신인민전선(NFP)과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이 미셸 바르니에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발의하겠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바르니에 총리가 이날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핵심인 사회 보장 재정 법안을 하원 표결 없이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RN의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바르니에 총리는 1100만 유권자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불신임안을 발의하고 이에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NFP 역시 정부의 ‘의회 패싱’을 비난하면서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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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헌법상 불신임안은 하원 재적 의원의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가결된다. 전체 의원 577명 가운데 현재 2석이 공석이라 가결 정족수는 288명으로, NFP(182석)와 RN(143석) 의석 수를 합치면 과반이 넘는다.
불신임안 표결은 이르면 오는 4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하원 표결을 통과해 내각이 해산된다면 1962년 10월 샤를 드골 대통령 당시 조르주 퐁피두 정부 이후 처음이다. 이 경우 바르니에 총리와 그의 내각은 사임해야 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새로운 총리를 임명해야 한다.
프랑스 헌법에 따라 2027년 중반까지 임기를 가진 마크롱 대통령은 2025년 7월 이전에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의회 선거를 소집할 수 없다.
이날 바르니에 총리는 사회보장 재정 법안의 심사가 열리는 하원에 출석해 정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헌법 제49조3항을 발동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때 국무회의 승인을 받은 법안을 총리의 책임 아래 의회 투표 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
그는 자신의 결정을 설명하면서 의원들에게 “프랑스인들이 국가의 미래보다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는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바르니에 총리와 르펜 대표는 갈등을 빚었다. 바르니에 정부는 앞서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하며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413억유로(약 61조원)의 공공지출을 삭감하고 증세를 통해 세수 193억유로(약 28조원)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 기업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정부 예산안을 반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