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판사는 “경찰의 위법 행위로 유족은 피해자인 김양을 애도하고 추모할 권리, 사망 원인에 대해 알 권리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는 유족에게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경찰은 김양으로 보이는 유골을 발견했음에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이를 은닉했다”며 “피해자가 살해됐을 가능성을 인식했는데도 단순 가출 사건으로 종결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조작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족은 김양의 사망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장기간 고통받았고, 사체도 수습하지 못했다. 이런 피해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회복하기 어렵다”며 “수사기관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닉했고 국가에 대한 신뢰가 현저히 훼손돼 금전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법정 참석했던 김양의 오빠인 김현민(45)씨는 “동생의 소식을 기다린 30년보다 소송 판결까지 2년 8개월을 기다리는 게 더 힘들었다”며 “재판부가 국가 책임을 인정하긴 했으나, 당사자인 경찰들이 이 사건에 대한 사죄를 꼭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률대리인 이 변호사는 “유족 입장에선 마지막으로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제도가 국가배상 손해배상 판결이었는데, 그 책임이 인정됐다는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손해배상 액수 산정은 책임 정도를 나타내는 건데, 전부 인정되지 못한 측면에서는 상당히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김양의 부모인 김용복 씨 부부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며 지난달 손해배상 청구액을 기존 2억 5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높인 바 있다. 김양의 어머니는 소송 제기 직후 숨졌고, 김양의 아버지는 지난 9월 세상을 떠났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당시 경찰이 고의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고 사건 담당 형사계장 등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30여년 전 경찰이 김용복씨와 김양의 사촌 언니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양의 줄넘기에 대해 질문한 것이 확인됐고, 사건 발생 5개월 뒤 김양의 유류품이 발견됐는데도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혐의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공소시효 만료로 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에 유족은 지난 2020년 3월 김양의 사체와 유류품을 발견하고 이를 은닉하는 등 사건을 은폐·조작한 경찰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