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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검수완박법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부패·경제범죄로 한정했다. 이에 ‘공직자범죄’에 속했던 직권남용죄 수사 역시 검찰의 권한을 떠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각종 범죄유형을 부패·경제범죄로 재분류하는 검수원복 역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히 이 개정안은 직권남용죄를 ‘부패범죄’에 재분류해 검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직권남용죄는 지난 수십년간 사문화 상태로 있다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정국에서 부활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주요 인사들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줄줄이 적용됐고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직권남용죄 고발이 본격화됐다.
현재 검찰의 전 정권 권력형비리 수사에도 직권남용 혐의는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관련해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서해 공무원 유족 측은 김종호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또 국민의힘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청와대 특별감찰반 불법 행위’를 묵살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고, 이 밖에도 △산업부 블랙리스트 △청와대 기획사정 △월성 원전 평가 조작 등 굵직한 권력형비리 핵심 관계자 대부분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직권남용죄의 적절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정치보복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만큼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고위 공무원의 횡포를 막는 데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한 로스쿨 전문가는 “예전에는 우리 사회가 공무원의 직권남용에 관대하고 무감각했지만, 이제는 국민적 눈높이가 변했다”며 “관련 판례가 누적되면 그만큼 모호성을 덜고 합리적인 기준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