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에서 유럽 순방을 마무리하는 연설을 하는 동안 러시아군은 폴란드 국경 인근 우크라이나 르비우를 집중 공격했다.
|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에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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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 관계자는 로켓 미사일 4발 이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이후 르비우에 가장 강도 높은 공격이라는 평가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으로부터 날아온 미사일 중 2발이 연료 시설을 파괴했고 이 과정에서 5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르비우 동부 외곽에서도 강력한 폭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르비우 시장은 “거주지에 피해는 없었다”라고 전했다.
이날 러시아군이 르비우에 화력을 집중한 건 바이든 대통령이 인근 폴란드에 머물고 있는 것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바로 옆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세력의 단결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하는 데 대해 러시아가 맞대응했단 것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권좌에 계속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르비우 시장은 “이날 공격은 러시아가 폴란드에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TV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 외교관을 위협하기 위해 공격한 것”이라며 “대부분의 국가는 수도 키이우보다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르비우에 대사관을 이전했다”라고 말했다.
르비우는 전쟁 전 71만7000명이 살고 있었다. 다른 유럽 국가로 떠나기 위해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거쳐 가는 주요 도시 중 하나로 현재는 일시적으로 인구가 늘어난 상황이다.
러시아군은 르비우 외 지역에도 공격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인 체르니히우가 러시아군의 공격에 폐허가 됐다고 시 당국은 밝혔다. 시장은 도시가 완전히 파괴됐으며 시민 20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인구 30만 명의 체르니히우는 벨라루스에서 키이우로 이어지는 길목에 놓여 있어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표적으로 지목됐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의 원자력 연구소에도 포격이 있었다. 지난 10일 시작된 공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곳도 있다. 러시아 국경 인근 북동부 도시 트로스티아네츠다. 인구 2만명의 이 도시는 전쟁 초반 함락된 곳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트로스티아네츠가 점령군으로부터 해방됐다. 러시아군은 무기와 군사 장비, 탄약을 버리고 퇴각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