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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주요 보직 두루 거친 올라운드 플레이어
노 본부장은 이날 외교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 상황이 유동적인 가운데 중책을 맡겨주셔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를 포함해 관련국과 하루속히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남·북·미 대화 교착상태를 풀 방법에 대해) 관련국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신임 본부장은 외무고시 21회로 입부해 서기관 시절엔 유엔대표부·주중대사관에 근무했다. 이어 중국몽골과장, 주미공사참사관, 장관 보좌관, 외교통상부 조정기획관,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 주나이지리아 대사를 거쳐 대변인을 지냈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이해도 깊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미국뿐만 아니라 주변국과의 조율도 중요한 북핵 외교 대표로서 역량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노 신임 본부장은 전임 이도훈 본부장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문재인정부 외교안보원칙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것 역시 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서 적합하다고 평가받은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노 신임 본부장은 지난해 3월 최종건 현 외교부 1차관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해 한 명은 안보전략비서관으로서, 다른 한 명은 평화기획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최 차관이 외교부로 자리를 옮기자, 그 자리를 이어받아 평화기획비서관직을 수행한 것이 노 신임 본부장이다.
美 대북특별대표 미정…정부, 조속한 임명 요청
문제는 내년 미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고 노 신임 본부장의 카운터파트가 선임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현대 초기 내각을 구성 중으로 아직 노 본부장에 대한 카운터파트가 될 대북특별대표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대북특별대표는 특별히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이 인사권자의 의지에 따라 임명될 수 있는 자리로, 차후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의지에 따라 조속히 임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우리 정부는 바이든 정부 조야 인사들과 만나 조속히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 북한의 제8차 당 대회 전후로 북한정부의 도발 가능성이 상존한 상태에서 서둘러 한미 간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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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역대 최장수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인 이도훈 전 본부장은 조만간 재외공관장으로 발령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본부장은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던 시기 본부장을 맡아 2018년 1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최초의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한반도의 봄’을 지나왔다. 특히 이 전 본부장은 2018년 9월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임명된 이후 한미 워킹그룹을 출범시키는 등 비핵화와 남북 관계, 대북 제재 등에서 한미 간에 긴밀한 소통과 조율을 진행해 왔다. 2019년 1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2박3일에 걸친 남·북·미 3자 합숙 회동 성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된 후 북미 협상은 장기 교착 상태가 이어졌고, 이 전 본부장은 비건 대표와 함께 북한의 대화테이블 복귀를 촉구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 전 본부장은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한미 간에 공조를 잘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애를 썼다”며 “주어진 환경 내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좀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북미 협상이 끝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교착 상태가 이어진 데 대해서 “이만큼 모자랐다”면서 짙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다만 이 전 본부장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면제에 대한 한미 이견 논란에 대해선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속도 제한이 90㎞인 도로에서 119 구급대가 산모를 태우고 병원에 가기 위해 110㎞를 받아내는 것을 협의하는 과정이었다”며 “국제 사회의 규범에 대한 예외를 받아내느냐의 문제였는데 성공적으로 전부 받아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