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한파에 투자도 주춤…악순환에 갇힌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美 본사 日 기업에 합병…불매운동 타깃
이미지 저하에 점주 재계약 협상력 약화·수익률 감소·투자 난항
'日 색깔 빼자' 외관 디자인 교체, 기념식 美 공사 초대
韓 최초 편의점, 존재감 미약한 3위 전락
  • 등록 2020-07-18 오전 10:19:00

    수정 2020-07-19 오후 10:39:24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올해로 한국에 진출한 지 31년째를 맞는 세븐일레븐은 한국 편의점 산업의 시초로 평가받는다. 미국 사우스랜드가 창시한 편의점 프랜차이즈 세븐일레븐은 1989년 5월 서울 방이동에 올림픽점을 열고 국내에서 편의점 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목도한 후발주자들의 등장으로 국내 편의점 산업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다.

‘한국 최초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존재감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영업이익률과 점포 수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GS25, CU와 더불어 3강을 이루던 것도 옛말이 됐다. 최근 편의점 업계는 GS25와 CU 양강 체제가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드론 배송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 도입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경쟁사와 달리 눈에 띄는 변화도 적어 업계에서 언급되는 빈도도 크게 줄어 들었다.

2019년 10월 22일 서울 종로구 유니클로 광화문 디타워점 앞에서 대학생겨레하나 회원인 방슬기찬 씨가 유니클로를 비롯한 일본 기업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세븐일레븐 본사, 日 유통사에 인수…반일운동에 직격탄


세븐일레븐의 부진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꼽히지만 지난해 우리나라를 휩쓴 반일 불매운동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일본이 우리나라에 공업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촉발한 무역분쟁으로 일본과 연관된 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특히 재일교포 출신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설립한 롯데의 전 계열사가 뭇매를 맞았다.

18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롯데와 일본 유니클로의 합작 기업인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439억원(31.3%) 급감했으며, 2402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주류는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한 지난해 3분기부터 적자폭을 키워 지난해 총 59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세븐일레븐도 반일 불매운동에서 자유롭지 못했단 분석이다. 세븐일레븐을 운영 중인 코리아세븐의 지분 79.66%는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전 계열사가 반일 불매운동의 타깃이 된 만큼 세븐일레븐도 불매운동 리스트에 자주 거론됐다.

더욱이 세븐일레븐의 모기업이었던 미국 사우스랜드가 일본 기업에 인수합병되며 완전히 일본계 기업으로 탈바꿈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사우스랜드가 창시한 세븐일레븐은 2005년 일본 세븐일레븐을 함께 운영하던 일본 유통기업 이토요카도에 매각됐다.

더욱이 세븐일레븐은 상표 계약에 따라 미국 법인에 순매출의 0.6%를 사용료로 지급하고 있으며, 이 돈은 결국 일본 유통 기업인 ‘세븐앤아이홀딩스’로 지급된다. 즉, 한국 매출액의 일부가 일본 유통기업으로 흘러가는 구조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븐일레븐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커졌다.

세븐일레븐 직원이 배달 대행업체 직원에게 상품을 전달하고 있다.(사진=세븐일레븐)


◇ 브랜드 이미지 악화로 감소한 이익률에 투자도 머뭇


문제는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 고스란히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매장 매출이 감소하는 것 이상으로 큰 문제는 점주들의 이탈 가속화다. 2018년부터 동일 편의점 브랜드 간 근접 출점 제한으로 신규 출점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기존 가맹점 주를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가맹 계약기간이 끝난 가맹점주는 기존 브랜드와 가맹계약을 이어갈지, 다른 브랜드로 적을 옮길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가맹본부는 재계약을 위해 수익배분율을 조정하는데, 브랜드 이미지가 저하된 세븐일레븐으로서는 가맹점주를 붙잡기 위해 더 많은 수익을 점주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불매운동이 본격화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븐일레븐의 영업이익률은 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2분기 별도기준 2% 수준이던 코리아세븐의 영업이익률은 3분기 1.7%로 줄어들었고 4분기에는 0.2%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1분기에는 87억원의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이 각각 전년 대비 영업이익률이 개선돼 3%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낮은 이익률은 선제적 투자 부재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세븐일레븐은 배달 서비스 가능 점포를 현재 1200여개 점에서 향후 5000여개 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U가 이미 전국 5000여개 점에서 배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고, 세븐일레븐보다도 배달 서비스를 늦게 도입한 GS25도 현재 전국 3300여개 점에서 배달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확장 속도가 더디다.

특히 주요 편의점들이 모객을 위해 생활 기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지만 세븐일레븐은 주목할 만한 새로운 서비스를 찾기 어렵다. 무인편의점 시그니처와 식품 강화 점포 푸드드림 등 차별화된 점포조차 각각 22곳, 50곳에 그치고 있다.

글로벌 세븐일레븐 7만1100호점 오픈 기념식에서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이사(앞줄 왼쪽 두번째)와 그레고리 브리스코 주한미국대사관 상무공사(앞줄 오른쪽 두번째)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세븐일레븐)


◇ 진땀 뺀 세븐일레븐, 日 연관성 지우기 안간힘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7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간판 등 외관 디자인을 한꺼번에 새 단장했다. 세븐일레븐은 브랜드의 정체성이자 상징인 주황·초록·빨강의 3선 컬러는 유지하되 기존 스퀘어형 로고 대신 ‘7-ELEVEN’ 워드마크를 적용해 젊고 신뢰감 있는 편의점 이미지를 부각했다.

세븐일레븐 측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침이라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 세븐일레븐과 동일한 디자인을 바꿔 일본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최근 진행된 글로벌 7만1100호점 개점 행사도 일본 색채를 지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란 분석이 나온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전 세계 7만1100번째 매장인 ‘푸드드림 방배점’을 열고 기념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이사와 그레고리 브리스코 주한미국대사관 상무공사가 참석했다. 업계는 브리스코 공사의 초청이 세븐일레븐이 일본계가 아니라 미국에서 탄생한 기업임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갈등이 깊지 않았던 과거에는 세븐일레븐 뿐 아니라 편의점 업계 전체가 편의점 강국이라 불리는 일본과 비슷한 상품·영업 방식을 강점인 것처럼 마케팅한 적도 있다”라면서 “아무래도 반일감정이 국민의 주요 정서로 떠오르다 보니 세븐일레븐으로서는 일본과의 연관성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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