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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마중물 8천억‥함박웃음 짓는 VC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모태펀드를 중심으로 한 벤처산업 육성계획을 공개하자 가장 반긴 곳 중 하나가 VC업계다. 정부 자금을 마중물 삼아 민간의 돈을 끌여들여 돈줄이 막힌 벤처기업에 활로를 열어주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인데, 투자 자금에 목말랐던 VC업계 입장에서는 든든한 지원을 받을 기회였기 때문이다. 정부와 민간 자금을 합한 모태펀드 규모는 최소 1조4000억원(운용사 계획 기준) 수준이다. 작년 모태펀드로 지원한 돈이 4500억원 규모인데, 작년과 견줘 3배 가까운 돈이 한꺼번에 벤처시장에 풀리니 VC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인 셈이다. 경쟁도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지난 10월 3차 모태펀드 운용사 선정과정에서 122곳이 각축을 벌인 끝에 48곳 VC가 운용사로 선정되면서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사업자로 선정된 VC들은 펀드를 굴리면서 운영 수수료가 보장되는데다, 제대로 된 기업을 고른다면 대박을 터트릴 기회를 얻은 것이다.
VC업계에서는 모태펀드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이 가득하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우수 인력이 벤처 시장에 뛰어들도록 유도한다”며 “대규모 투자가 꾸준히 이뤄진다면 제2의 네이버, 카카오가 탄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준비 없는 지원은 毒‥‘2001년 벤처거품’ 교훈 기억해야
하지만 모태펀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펀드 자금을 써서 벤처투자에 나서야 하지만 경쟁력을 갖춘 곳은 제한적이란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펀드 소진이란 숙제를 하려다 수준이 떨어지는 기업에도 무분별한 ‘묻지마 투자’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소수의 우량 벤처기업을 놓고 경쟁을 벌이다 몸값 거품만 부추겨 수익률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크다.
업계에서는 자금 지원은 적극적으로 하되 ‘묻지 마’ 투자를 막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VC 심사역은 “한국벤처투자는 모태펀드 운용사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좋은 기업에 투자해도 회수 방법이 마땅찮으면 눈먼 돈처럼 사용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테슬라 요건 상장을 활성화하는 등 투자회수(엑시트) 창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기금 및 예산을 벤처기업 또는 창업투자조합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상위의 펀드’를 의미한다. 국내에는 일반적으로 정책효율성 제고를 위해 투자재원 공급은 정부가 하되, 투자의사결정은 전문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