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금융산업은 더이상 은행과 증권 등 전통 금융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개인 간 대출을 중개하는 P2P업체는 물론 사업자의 상환능력을 분석하는 신용정보분석 스타트업까지 기존 금융의 역할을 대체하는 핀테크 업체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은행 독식시대는 끝…금융기능 특화한 핀테크업체 속속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는 P2P대출서비스. 지난해 6월 한국P2P금융협회가 출범해 40개 회원사가 가입해 있다. 전체 회원사의 누적 대출취급액은 지난 1월 말 기준 5275억2123만원에 이른다. 6개월 새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대출 유형별로는 건축자금 2208억원, 신용대출 1342억원, 부동산담보 960억원, 기타담보 763억원 등이다.
P2P대출업체의 급성장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담겨 있다. P2P업체는 오프라인 점포 대신 온라인 공간에서 대출을 중개한다. 임대료, 관리비, 인력 등에서 비용을 절감해 제2금융권에 비해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편의성과 접근성도 P2P대출의 강점이다. P2P대출업체 에잇퍼센트(8PERCENT)가 지난 28일 자사 신용대출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응답자의 66.3%는 비대면-무방문 편의를 P2P대출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어 △합리적인 대출 금리(38.1%) △간편한 서류 접수(29.3%) 순이다. 에잇퍼센트 관계자는 “제1금융권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 시장을 공략 중이지만 간편한 절차 덕분에 5명 중 1명은 1~3등급 신용등급 고객”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新舊 대결…“경쟁보단 상생 목표”
시중 은행들은 공간대여, 투자,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제공, 경영 컨설팅, 법률 자문 등의 지원을 통해 핀테크업체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기존 금융권의 경험과 자금, 핀테크 스타트업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발휘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금융권이 금융서비스를 더 이상 독식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핀테크업체를 견제하고 경쟁의 대상으로 삼기보단 함께 협력해 금융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의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퓨처스랩’은 올해 3기째로 접어들었다. 유망한 핀테크 업체에 주요 계열사와의 공동 기술개발, 시드머니 투자, 신한 전산센터를 이용한 기술테스트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실제 사업화하기도 한다.
시중 은행과 핀테크업체와의 제휴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P2P협회는 지난해 12월 NH농협은행과 투자자의 예치금 관리 관련 MOU를 맺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P2P업체의 시스템 안전성과 투명성 강화 등을 이유로 기존 금융권과의 협업을 많이 권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금융권 신구세력의 협업에 업계의 반응은 다양하다. 한 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는 “법이나 회계 등의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해 시중은행들의 노하우를 통해 배우고 있다”며 “핀테크업체가 새로운 고객군을 발굴해 은행과 협업하는 등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선 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는 “자문 지원을 받아도 결국은 시스템 구축이나 인력 보강이 필요한 문제”라며 “실제 스타트업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투자”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핀테크업체의 성장도 시장에 맡길 문제”라며 “은행이 투자에 나서다 보면 자사 서비스에 끼워팔기 등으로 성과를 내려 하는 등 실제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은행들은 보수적이고 경직된 집단이기 때문에 핀테크라는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많이 도움된다”면서도 “결국 은행들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만 가로채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어 한편으론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