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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택은 박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와 불과 800m 떨어져 있다. 정씨와 최씨는 1996년 이 곳에 신접살림을 차려 박 대통령과 처음으로 지근거리에 살게 됐고, 1년여 뒤 4·2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비선 실세로서의 행보를 본격 시작했다. 최순실씨는 이 곳으로 거처를 옮긴 직후 딸인 정유라(20)씨를 출산했다.
31일 법원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고 최태민씨가 지난 1994년 5월 사망할 당시 거주하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689-25번지 단독주택은 원래 부인으로 알려진 임모씨 소유였다.
최순실씨의 어머니 임씨는 남편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다음해인 1995년 4월 정윤회씨에게 이 집을 팔았다. 비록 매매의 형식을 취했지만 예비 사위였던 정윤회씨와 딸인 최순실씨는 각각 4대 6의 지분을 가진 공유자로 등록했다. 넉달 뒤인 8월 결혼한 두 사람은 이후 1년 2개월간 각각 마포구 도화동과 강남구 개포동의 아파트에 따로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이 기간 두 사람은 공동 소유가 된 고 최태민씨의 역삼동 집을 헐고 지하1층~지상 3층 짜리 빌라(19가구 규모)를 신축했고 정씨가 1996년 4월 먼저 입주했다. 최씨도 7개월 뒤인 그 해 10월 10일, 정씨가 거주 중이던 이 빌라로 옮겨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1996년 10월 30일생으로 알려진 딸 정유라씨를 출산하기 불과 20일 전이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1980년대 성북동과 장충동 등 강북에서 살았지만 육영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났던 1990년, 고 최태민씨의 역삼동 자택 인근인 삼성동 사저로 거주지를 옮겼다. 따라서 이 신혼집은 박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로 불렸던 고 최태민씨의 자리를 최순실·정윤회씨 부부가 대신하게 됐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정씨는 이 때부터 박 대통령의 입법보조원으로 활동하며 측근으로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또 훗날 문고리 권력 4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과 고 이춘상 보좌관 등을 박 대통령에게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도 선거 기간 중 대구 달성군 화원읍의 한 아파트에서 박 대통령과 함께 지내며 유세에 입고 나갈 옷을 정해주는 등 선거 운동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순실·정윤회씨 부부는 딸인 정유라씨가 태어나서 자란 이 집을 2002년 30억원에 팔고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로 이사했다. 두 사람은 고 최태민씨가 사망한 지 꼭 20년이 되는 2014년 5월 이혼에 합의했다. 정유라씨는 부모와 함께 압구정동으로 옮긴 이듬해 광진구 능동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근처에 있는 경복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졸업후엔 선화예중에 진학했다. 두 학교 모두 통일교가 설립·운영하고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