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만에 털린 당진 농협.. 경찰 신고는 7시간 뒤

현금 보관 장소 '손금 보듯'.. 내부 잘 아는 사람 소행 무게
  • 등록 2013-03-24 오후 12:06:18

    수정 2013-03-24 오후 12:06:18

(당진=연합뉴스) 충남 당진 한 농협에서 보관 중이던 금고가 3분 만에 털렸다.

9천만원이 사라졌으나 경찰 신고는 7시간 넘어서야 이뤄졌다.

24일 당진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2시 15분께 당진시 우강면 한 농협에 괴한이 침입했다.

이 괴한은 농협 건물 방범 창문 쇠창살을 공구로 자르고 안에 들어가 현금 보관실 안에 있던 소형 금고(1m 크기)를 열고 9천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보관실 폐쇄회로(CC)TV 방향을 돌려놓거나 화면 앞부분에 미리 준비해 간 분무액 형태의 페인트를 뿌리는 치밀함을 보였다.

털린 돈은 현금지급기에 넣어둔 현금이 주말에 떨어질 때를 대비한 용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1만원권 지폐로, 10㎏ 남짓한 무게여서 성인 한 사람이 들고 갈 수 있을 정도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조사 결과 괴한 침입 당시 경보음이 울렸으나 면밀한 확인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은 당시 경보 체계가 곧바로 정상 상태로 돌아와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시간 외 영업소 관리는 경비 전문업체가 맡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농협 측은 “경보음이 울린 지 수초 만에 장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이 때문에 경비업체 측에서도 오작동으로 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7시간 가까이 도난 사실을 모르고 있던 농협은 이날 오전 9시 45분께에야 경찰 신고를 했다. 당직을 위해 출근한 직원이 범행 현장을 발견한 이후다.

경찰은 내부를 잘 알거나 이곳에 근무했던 사람의 소행인 것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건물 안에 침입해 현금을 털어가기까지 모든 과정이 손금 보듯 속전속결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먼저 괴한은 금고 보관실을 유유히 통과했다. 이곳은 출입카드가 있어야만 드나들 수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건물 자체 방범 창살은 뜯겨 나갔으나 보관실에는 특별한 침입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카드 발급 현황 등 (용의자의) 출입카드 소지 여부를 파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9천만원이 들어 있던 금고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별한 파손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금고의 잠금장치는 비밀번호 입력 방식이다.

괴한이 비밀번호를 정상적으로 입력했거나 금고가 애초 제대로 잠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경찰은 “금고를 들고 가지 않고 돈만 빼내 달아났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초간 울리다 꺼진 경보음도 의문이다. 경찰은 경보장치를 괴한이 만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내부를 잘 알고 있지 않으면 설명이 어려운 범행 정황이 곳곳에서 보인다”면서도 “공범 존재 여부 등 현재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농협과 경비업체 직원 등을 상대로 조사하는 한편 범행 현장 인근 CCTV 영상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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