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4th 커버스토리][범삼성家 대립 ing?]①차명재산 때문에 불편?

대한통운 M&A 계기로 갈등 수면 위 노출‥해석 분분
재산분쟁 가능성 집중 거론
  • 등록 2011-08-16 오전 9:13:37

    수정 2011-08-16 오전 11:46:27

마켓in | 이 기사는 08월 16일 08시 43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수연 기자] 최근 진행된 대한통운 매각은 처음엔 그다지 재미있는 인수전이 아니었다. 포스코, 롯데, CJ의 입찰이 예상된 가운데 자금력으로 보나 인수 후 시너지로 보나 포스코의 절대 우위가 점쳐졌다. 과가 뻔한 승부엔 관객이 들지 않는 법. 그런데 갑자기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삼성그룹이 포스코 컨소시엄 참여를 선언, 친족기업 CJ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삼성SDS가 포스코 컨소시엄에 참여키로 한 몫은 고작 대한통운 지분 5%, 시가로 1500억여원이었다. 삼성SDS가 대한통운의 물류시스템을 관리해 왔다는 점과 포스코와의 협력 시너지 등을 참여 이유로 내세웠지만, 겨우 1500억원 투자를 두고 하는 그 설명을 곧이곧대로 듣는 이는 별로 없었다. 삼성의 일격은 이재현 CJ회장의 `분노의 베팅`으로 이어졌고, 결국 대한통운이 CJ 품으로 가는 반전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CJ는 잠시나마 삼성에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마치 15년 전으로 돌아간 듯 갈등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양측은 황급히 상황을 수습, 또는 수습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서둘러 세간의 관심을 잠재운다.
대한통운을 계기로 불거진 삼성-CJ간 불화는 많은 설을 낳았다. 대부분 해석은 숙질 간의 해묵은 감정싸움이었다. 두형을 제치고 대권을 물려받은 `막내` 이건희 삼성 회장과, 비운의 장남 이맹희 씨의 아들이자 `장손인 이재현 CJ 회장간의 그 대립 말이다. 하지만 왕위를 쟁취한 막내 삼촌과 빼앗긴 장조카 간의 오랜 감정이 원인이라면, 하필 그게 왜 대한통운 건에서 표출됐는지는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 또 하나의 가설이 있다.

그간 삼성과 CJ간의 불편한 관계가 밖으로까지 새나왔던 사건은 모두 세 번쯤 된다.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삼성그룹의 핵심 회사인 삼성생명 주식이 등장했다. 또 양측은 모두 차명재산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공통 전력이 있다.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결과 밝혀졌듯이 삼성 전·현직 임원 11명 이름으로 보유됐던 삼성생명 지분 16.2%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개인 재산이었다. 출처는 물려받은 재산이라고 했다.

이재현 CJ 회장 역시 차명재산으로 달갑지 않은 유명세를 치렀다. 이 회장의 차명자금을 관리하던 그룹 재무팀 전직 간부가 사채업자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줬다 일부를 떼이자, 조직폭력배에게 살인청부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일어난 것. 이 살인청부 수사 와중에, 이 회장이 서둘러 납부한 세금액이 밝혀지면서 그의 차명재산의 윤곽이 나왔다. 그 역시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을 차명으로 해놓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말한 그 선대회장은 같은 사람, 87년 작고한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다.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았던 양측이 세상 떠들썩하게 싸우기 시작한 건 93년부터다. 당시 제일제당이 삼성으로부터 분가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숙질 간 큰 싸움이 났다. 1993년 제일제당은 삼성그룹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 이후 양측간 지분 및 인력 정리 등을 통해 분리가 속속 진행된다. 하지만 재산 문제가 깔끔하게 처리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CJ가 당시 삼성그룹의 핵심회사인 삼성생명 주식과 부산 인천 등 전국 요지 부동산을 갖고 있었는데 이것이 분쟁 대상이 됐다.

분리과정에서 삼성그룹은 제일제당이 당시 갖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11%(215만주)를 주당 5만5000~5만6000원에 사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제일제당은 주당 20만원을 받겠노라 했다. 95년 3월1일 동아일보 `삼성 제일제당 분리 이견 불화…생명 주식 인수산정 싸고 대립` 기사에는 이런 정황이 잘 나타나 있다.

배동만 당시 삼성 전략홍보팀 전무는 기자들을 모아 놓고 `제일제당이 삼성생명 주식에 대해 20만원 이상을 요구해 왔다며 (삼성그룹은) 93년 말 기준 주당 5만5000~5만6000원으로 평가했다`고 말한 걸로 돼 있다. 당연히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또 제일제당 소유 부산 서면 로터리 공장 부지 2만9752.0661m²(9000평)에 대해서도 삼성 측이 구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역시 제일제당은 `노른자 땅을 헐값에 사가려 한다며 거절했고 결국 삼성은 `알아서 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CCTV 사건`이나 `이학수 제일제당 1개월 사장` 사건도 갈등이 정점에 달했던 이 때 벌어진 것이다(박스기사 참고). 분리 당시 제일제당에 속해 있던 이 삼성생명 지분의 주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였음은 이로부터 세월을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충분히 추론 가능하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4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4호 마켓in은 2011년 8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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