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08월 16일 08시 43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삼성SDS가 포스코 컨소시엄에 참여키로 한 몫은 고작 대한통운 지분 5%, 시가로 1500억여원이었다. 삼성SDS가 대한통운의 물류시스템을 관리해 왔다는 점과 포스코와의 협력 시너지 등을 참여 이유로 내세웠지만, 겨우 1500억원 투자를 두고 하는 그 설명을 곧이곧대로 듣는 이는 별로 없었다. 삼성의 일격은 이재현 CJ회장의 `분노의 베팅`으로 이어졌고, 결국 대한통운이 CJ 품으로 가는 반전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CJ는 잠시나마 삼성에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마치 15년 전으로 돌아간 듯 갈등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양측은 황급히 상황을 수습, 또는 수습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서둘러 세간의 관심을 잠재운다.
그간 삼성과 CJ간의 불편한 관계가 밖으로까지 새나왔던 사건은 모두 세 번쯤 된다.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삼성그룹의 핵심 회사인 삼성생명 주식이 등장했다. 또 양측은 모두 차명재산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공통 전력이 있다.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결과 밝혀졌듯이 삼성 전·현직 임원 11명 이름으로 보유됐던 삼성생명 지분 16.2%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개인 재산이었다. 출처는 물려받은 재산이라고 했다.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았던 양측이 세상 떠들썩하게 싸우기 시작한 건 93년부터다. 당시 제일제당이 삼성으로부터 분가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숙질 간 큰 싸움이 났다. 1993년 제일제당은 삼성그룹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 이후 양측간 지분 및 인력 정리 등을 통해 분리가 속속 진행된다. 하지만 재산 문제가 깔끔하게 처리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CJ가 당시 삼성그룹의 핵심회사인 삼성생명 주식과 부산 인천 등 전국 요지 부동산을 갖고 있었는데 이것이 분쟁 대상이 됐다.
분리과정에서 삼성그룹은 제일제당이 당시 갖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11%(215만주)를 주당 5만5000~5만6000원에 사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제일제당은 주당 20만원을 받겠노라 했다. 95년 3월1일 동아일보 `삼성 제일제당 분리 이견 불화…생명 주식 인수산정 싸고 대립` 기사에는 이런 정황이 잘 나타나 있다.
또 제일제당 소유 부산 서면 로터리 공장 부지 2만9752.0661m²(9000평)에 대해서도 삼성 측이 구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역시 제일제당은 `노른자 땅을 헐값에 사가려 한다며 거절했고 결국 삼성은 `알아서 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CCTV 사건`이나 `이학수 제일제당 1개월 사장` 사건도 갈등이 정점에 달했던 이 때 벌어진 것이다(박스기사 참고). 분리 당시 제일제당에 속해 있던 이 삼성생명 지분의 주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였음은 이로부터 세월을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충분히 추론 가능하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4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4호 마켓in은 2011년 8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