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생으로 고딩들은 ‘우리 아빠 나이라며?’하고는 그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지만, 스크린에서 아직까지 단 한번도 유부남 역할을 해 본적이 없다. 바로 이 남자가 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지존이시란다.
미국 여배우를 흠모하는 수수한 책방 주인이든, 통통한 식음료 담당관에게 시선을 빼앗긴 영국 총리 역할이든, 심지어 브리짓 존스에서처럼 음흉한 미소를 띈 바람둥이 악역이든 여자들은 이 총각만 나타나면 갑자기 한여름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내린다. (실은 여자들이라기보다 내가 그렇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음지가 없다.
속살과 마음 모두가 와이셔츠 색깔과 똑같은 순백색일 것만 같고, 다소는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모성 본능을 자극하면서도 세련되고 가볍다. 세상 근심이 그의 웃음꼬리만 보면 모두 사라진다. 어떤 방식으로라도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이 남자.
솔직히 이 사내는 최근 들어 ‘휴 그랜트+잘 나가는 미국 여배우=로맨틱 코미디의 보증수표’라는 등식을 새로 수학 교과서에 집어 넣어야 할 것처럼, 매해 미국 여배우들과 로맨틱 코미디를 찍는다.
그러나 이번 영화의 상대가 드류 베리모어라니.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커플은 정말 둘 다 똑같이 가볍고 천진하다. 아마 올해 미스 미스터 귀여움 커플을 선정하라면 푸들 한 쌍과 이들의 이름도 반드시 거명되어야 할 것이다.
아! 왜 이 둘이 아직까지 못 만났던 거지. 사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이 두 사람이 공연한다는 것 외에는 어떤 특별함도 찾아 볼 수가 없는 종류의 영화다.
휴~~우 그랜트. 그의 이름만 부르면 이렇게 한숨이 날 것 같지 않은가. 절대 이 남자 만큼은 늙지 말라고. 그가 전해주는 솜사탕 같은 연애의 단물이 마르는 날, 뭇 여성들 가슴에 접힌 로맨스의 한 장도 막을 내릴 것이 분명하므로. 언제나 그의 이름은 한 호흡이 멎는 휴~~우 그랜트지 뭐.
영화평론가 × 대구사이버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