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바이든 '반도체 자립' 선언이 가진 세 가지 의미

바이든 "반도체 공급망 재편" 의미 분석
①생산 늘려 글로벌 공급망 재편
②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 본격화
③국가 안보·고용 확대 함께 잡기
  • 등록 2021-04-13 오전 8:02:21

    수정 2021-04-13 오후 9:28:2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열린 반도체 화상 회의에서 발언하며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더힐)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자립화’ 드라이브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반도체 설계 외에 생산까지 늘려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본격 견제하며 △이를 통해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는 곧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은 장비부터 칩 설계(팹 리스), 설계 소프트웨어 제조(EDA), 제조 위탁(파운드리) 등에서 수십개 회사들이 얽혀 있다. 그 자체로 글로벌 공급망이 형성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랜 기간 유지됐던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대놓고 표하면서, 반도체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①생산 늘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 회의에 직접 참석해 “반도체는 곧 배터리이고 광대역망”이라며 “이것은 모두의 인프라”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리는 20세기 중반과 20세기 말 세계를 주도했고 다시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며 “미국이 반도체 투자에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날 회의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주재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회의 초반 나온다는 사실이 전날 깜짝 공개됐다. 그가 얼마나 반도체를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인 뒤 “오늘날의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설계부터 제조까지 과정이 글로벌 분업화된 산업이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등), 칩 설계(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등에 독보적인 강점이 있는 나라다. 반도체 원천기술의 본산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계와 제조를 동시에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 역시 인텔, 마이크론,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등이 있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왔다. AMD가 제조 분야를 분리매각해 설립한 글로벌 파운드리스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파운드리가 없는 게 현실이다. 한국 삼성전자(005930), 대만 TSMC, 중국 SMIC 등에 철저히 밀려 있는 것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 비중은 지난 1990년 37%에 달했으나 지금은 12%에 불과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공급망 재편을 수차례 강조하고 최근 반도체에 500억달러를 쏟아붓겠다고 한 건 생산 능력 향상과 직결돼 있다. 반도체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부각하고 있는 데다 근래 반도체 수급난으로 미국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같은 기류가 굳어졌다. 미국이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부품의 공급을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커진 것이다.

인텔이 지난달 갑작스럽게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진출하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직접 나서겠다”며 기존 라인을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텔은 주로 개인용컴퓨터(PC)와 서버용 반도체 칩을 생산해 왔다.

②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 본격화

두 번째는 중국 견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발언 초반 23명의 상원 의원과 42명의 하원 의원에게 서한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의원들은) 서한을 통해 중국은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지배를 위해 공격 투자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며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반도체 투자 확대를) 기다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객관적으로 아직 강한 편은 아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 팹 리스 업체 하이실리콘 정도가 주요 회사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같은 굴지의 IDM 역시 없다. 다만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SMIC와 하이실리콘을 블랙리스트(수출 통제 대상)에 올리고 바이든 행정부가 슈퍼컴퓨팅 기관·업체 일곱 곳을 추가로 포함한 건 그 연장선상에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회의를 직접 챙긴 건 근래 최대 이슈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의 문제를 넘어 장기적으로 중국과 패권 경쟁까지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③국가 안보·고용 확대 함께 잡기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동시에 반도체 문제를 일자리 확대와 연결지을 것을 분명히 했다. 그는 “반도체 투자는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제조업을 다시 활성화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생산 비중이 높아질수록 고용이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의회와 업계를 향해 “일자리 계획을 처리하고 미래를 위해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반도체 문제는 초당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라고 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만 TSMC, 알파벳(구글 모회사), AT&T, 커민스, 델 테크놀로지, 포드, 제네럴모터스(GM), 글로벌 파운드리, 휴렛패커드(HP), 인텔, 메드트로닉, 마이크론, 노스럽 그러먼, NXP, PACCAR, 피스톤그룹, 스카이워터 테크놀로지, 스텔란티스 등 19개사가 참석했다. 반도체 기업 외에 반도체를 사용하는 항공우주, 의료장비, 자동차업체 등이 대거 나왔다.

삼성전자에서는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이 참석했다. 이외에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 짐 팔리 포드 CEO, 매리 바라 GM CEO, 팻 갤싱어 인텔 CEO 등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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