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신경영 비전] 단백질과 딥마인드의 혁신

  • 등록 2020-12-11 오전 7:12:58

    수정 2020-12-11 오전 7:12:58

[이상훈 전 두산 사장·물리학 박사] 바둑에서 알파고로 이세돌을 이겨 유명해진 딥마인드가 이번엔 의학계에 혁신을 일으켜 화제다. 지난달 30일 딥마인드는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인 CASP에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폴드를 통해 90% 이상의 정확도로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예측했다고 발표했다.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예측하는 것은 50년 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던 의학계의 난제로 CASP를 조직한 미국 메릴랜드 대의 존 몰트 교수는 이번 딥마인드의 성과를 “엄청난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우리는 보통 단백질 하면 3대 영양소의 하나로 근육이나 머리카락의 구성 성분 정도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단백질은 우리 몸의 구성 성분일 뿐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어떤 기계도 따라갈 수 없는 놀라운 나노 머신이다. 비유가 아니라 단백질이 기능하는 것을 보면 정말 기계와 유사하다. 세포막을 구성하는 단백질 중 하나인 유출 펌프 단백질은 원통형으로 생긴 상부가 회전하면서 세포 내 독소나 찌꺼기를 세포 밖으로 배출하는 펌프 역할을 한다. 살모넬라 균이 갖고 있는 단백질 모터는 초당 300회전 하면서 꼬리를 돌려 추진력을 발생시킨다.

단백질은 20종의 아미노산 분자 수백 개가 일렬로 연결되어 만들어지는데, 체인과 같은 일렬 구조를 가진 단백질이 펌프가 되고 모터가 되려면 일렬 구조가 접히고 휘어서 입체 구조가 되어야 한다. 다른 분자와의 결합이나 변이 등으로 입체 형태가 바뀌면 기능이 변하거나 상실된다. 요즘 신약 개발은 단백질의 이런 성질을 이용해 이루어지고 있다. 타깃 단백질의 구조에 맞는 약품을 찾아 타깃 단백질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알아내고 이에 맞는 약품을 찾아내어 결합시키면 돌기 단백질이 변형되어 더 이상 인체의 호흡기 세포와 결합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코로나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알아내기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X선 결정 분석이나 저온 전자 현미경과 같은 고가의 장비를 동원해야 하고 수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 아미노산 서열이 알려진 단백질이 1억 8천만 개인데 반해 입체 구조가 알려진 단백질은 17만 개에 불과한 것도 그 때문이다. 50년 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을 찾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폴드로 상황이 바뀌게 되었다. 프로그램에 아미노산 서열만 입력하면 90% 이상의 정확도로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독일 막스 플랑크연구소의 안드레이 루파스 박사는 10년 동안의 연구로도 알아내지 못한 단백질의 구조를 알파폴드를 이용해 반 시간 만에 알아냈다고 한다. 이제 컴퓨터 장비와 시간만 투자하면 인간에게 알려진 1억 8천만 개의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모두 알게 되는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딥마인드의 알파폴드가 가져올 변화는 상상하기 쉽지 않다. 물론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알았다고 그것이 바로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타깃 단백질의 구조에 맞는 약품을 찾는 작업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업 또한 인공 지능의 도움으로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항암 치료제는 물론이고 노화를 역전시키는 신약, 비만을 “치료”하는 신약 등 지금까지는 공상 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약품들이 개발되면 제약업계나 의학계 뿐 아니라 인구 구성, 그리고 우리의 일상생활까지도 근본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한 편으로는 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미래가 기대되기도 하지만, 젊은이와 다름없는 외모와 활력을 자랑하는 100세 이상의 인구가 급증하게 되면 그것이 가져올 부작용 또한 미리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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