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에 `봉와직염`(蜂窩織炎)을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생경한 이름의 이 증상을 겪게 된 건 1997년 늦가을 입대 이후다. 지금은 해체된 강원 춘천 102보충대 신병교육 막바지 무렵, 어느 날 발목에 까닭 모를 통증이 생기더니 퉁퉁 붓기 시작했다. 자대 배치를 며칠 앞두고는 종아리까지 번져 전투화 끈을 조일 수 없을 지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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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초에 홀몸이 된 어머니는 걱정이 컸다. 추운 겨울 어느 날, 손아래 이모와 면회를 왔다. 군(軍)을 잘 안다는 낯선 사내가 함께 있었다. 그 낯선 사내가 소개한 건 상사와 중령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들에게 한정식을 대접하고 노래주점에도 갔었다. 어머니는 이모와 노래를 불렀고 `관광버스 춤` 같은 걸 췄던 것 같다. 머리털 나고 처음 본 광경이었다.
20년도 더 지난 씁쓸한 기억을 끄집어 낸 것은 정치권을 벌집처럼 들쑤셔놓은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서모씨 논란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추 장관 사퇴 요구까지 하고 있는 서씨 관련 의혹은 크게 세 가지. 카투사 복무 시절 `23일 연속 휴가`와 자대 배치,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별 선발에 있어 청탁 등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느냐가 핵심이다.
`민원실에 전화한 게 청탁이라면 동사무소에 전화하는 것 모두 청탁이 된다`는 말(윤건영 민주당 의원)처럼, 이를 바로 청탁이나 지위를 이용한 압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추 장관의 말처럼 일각의 의심대로 불법이 있었는지는 검찰이 수사로 밝히면 될 일이다. 서씨를 포함한 관련자 소환 조사, 국방부 압수수색 등 속도를 높이고 있으니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합법·불법의 형사법적 판단에 지나지 않는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웠는지` 상식에 입각한 국민들의 질문에는 충분치 않다.
다리가 불편한 아들을 군에 보내고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어미`라는 심정은 십분 공감한다. 그러나 추 장관은 `빽도 힘도` 없는 20여년 전 내 어머니와는 차원이 다른 5선의 당 대표였다. 법적으로야 면죄부를 받더라도 추 장관은 이미 중요한 것을 잃었다. 공직자에게 생명과도 같은 국민의 신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