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해 돈을 받고 메신저를 통해 유포한 이른바 ‘n번방(박사방) 사건’ 피해자들이 ‘운영진이 집 주소 등 개인정보를 알고 있다’며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하고 있다.
| 텔레그램 성착취물 유료채널을 운영하다 검거된 20대 조모씨가 지난 19일 유치장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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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뉴스1에 따르면 ‘박사방’ 피해자 A씨는 “박사방이 없어져도 내 (휴대폰) 번호뿐 아니라 가족, 친구, 집 번호 등으로 계속 연락이 오고 집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죽으려고도 했다”며 고통을 토로했다.
A씨는 “‘박사’가 최대 10년 형을 받고 출소할까 봐 너무 두렵다”며 “죽을 때까지 감옥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10대 여성 B씨는 “지난해 12월 박사 일당과 대화를 거부하자 내 집 주소를 말하면서 ‘집에 찾아가 강간하겠다’는 말까지 들었다”며 “(개인) 정보를 가지고 협박했고, 더 수위 높은 영상을 보내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사 일당의 형량이 낮게 나올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찰청청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n번방과 박사방 등 성착취 대화방을 통해 불법 성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피의자 124명을 검거해 18명을 구속했다. 이중 박사방과 관련한 피의자는 14명으로 서울경찰청은 운영자인 ‘박사’ 조 모씨를 포함 5명을 구속했다. 박사방 외에 n번방과 기타 다른 텔레그램 방에서도 110명이 검거되고 13명이 구속됐다.
경찰은 지난달부터 경찰청과 각 지방청에 설치된 ‘사이버테러수사팀’을 동원해 텔레그램, 음란사이트 등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특히 텔레그램 n번방을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진 ‘갓갓’ 등을 추적 중이다.
이 중 가장 수사 속도를 내고 있는 건 지난해 9월 20대 조씨가 만든 박사방이다. 조씨는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내고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한 뒤 이를 박사방에서 유료 회원들을 대상으로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박사방의 유료 회원 수는 1만 명대로 추정된다.
조씨는 구청·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을 통해 피해 여성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이를 협박과 강요의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경찰은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