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전 세계 생명과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일대 사건이 있었다. 바로 홍콩에서 열린 ‘국제 유전자편집회의’에서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허젠쿠이 교수가 배아 상태에서 유전자를 편집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면역력을 가진 쌍둥이 일명 ‘디자이너베이비’가 탄생했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이에 대한 논란은 뜨거웠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를 비롯한 세계 7개국 18명의 관련 분야 학자들은 지난달 향후 최소 5년간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 및 착상을 전면 중단하고 이 같은 행위를 관리 감독할 국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기도 했다.
허젠쿠이 교수가 사용한 유전자 편집 기술은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이었다.
이 기술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중대한 과학적 성과 중 하나로 손꼽히며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로 빠르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4세대 유전자가위로 불리는 염기 편집기술까지 나왔다. 4세대 유전자가위는 3세대와 달리 DNA 이중가닥을 자르지 않고도 원하는 염기를 선택해 교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머잖아 단일 염기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질환을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정 생물의 유용한 유전자를 다른 생물의 세포에 주입해 새로운 특성을 발현하는 기술인 유전자 재조합 기술과는 다르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유전자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거나 잘못된 위치로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성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만 앞서 언급한대로 유전자 가위 기술은 여전히 생명 윤리의 영역에서는 뜨거운 감자다. 여기에 예측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