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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강원도에 사는 다섯 명의 아이들이 평화를 찾기 위해 시간여행을 떠난다. 고대 신화를 시작으로 기술이 발전한 미래까지 긴 역사를 모두 경험한다. 한 편의 겨울동화 같은 순간이 전 세계인이 보는 앞에서 펼쳐진다.
오는 2월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릴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만나게 될 장면 중 하나다. 올림픽 개막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개폐회식 공연이 어떤 내용으로 펼쳐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림픽 개폐회식은 개최국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규모 공연으로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아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대륙의 웅장함을 내세워 화제가 됐고 2012년 런던올림픽은 스타 뮤지션들이 총출동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은 러시아문화를 집대성해 화려하게 꾸며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도 출연진과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상 개폐회식 당일까지는 구체적인 내용을 사전에 알 수 없다.
◇양정웅 “시각적 미학·한국적 판타지 보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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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연출은 연극계에서 시각적 장면을 미학적으로 잘 만들어내는 연출가로 꼽힌다. 극단 여행자의 대표인 양 연출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을 한국적 방식으로 풀어내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아왔다. 송 감독은 양 연출에게 개회식 연출을 맡긴 이유로 “요정 대신 도깨비가 등장시킨 ‘한여름 밤의 꿈’에서 보여준 것처럼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을 융합하고 해석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연출자”라고 설명했다.
개회식 주제는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다. 양 연출은 “이번 개회식에서는 어렵거나 추상적인 내용보다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평화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한다”면서 “스펙터클한 기술이나 첨단 무대 효과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이 중심이 된 무대로 소박하면서도 한국적인 판타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정 “섬세한 스토리텔링으로 감동”
오는 2월 25일 있을 폐회식 연출을 맡은 장유정 연출은 극작가 출신으로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김종욱 찾기’ ‘형제는 용감했다’ ‘그날들’ 등의 창작뮤지컬을 만들어왔다. 2010년에는 영화 ‘김종욱 찾기’의 감독으로 데뷔했으며 지난해에는 ‘형제는 용감했다’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부라더’도 연출했다. 영상 작업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폐회식 주제는 ‘새로운 미래’(New wave)다. 기존의 틀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류의 도전정신을 되새기고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미래의 물결을 타고 새로운 비상을 시작하는 이야기로 꾸밀 예정이다. 장 연출은 “경기가 끝난 뒤 경쟁을 내려놓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이라면서 “아름다운 한국문화와 현대문화를 선보여 시대와 세대를 넘는 어울림의 무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는 약 6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최근 다른 나라에서 열린 올림픽 개폐회식 예산이 2000억원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은 규모다. 개폐회식도 선수 입장과 성화 점화 등 공식행사까지 포함해 2시간으로 짧고 굵게 펼쳐질 예정이다. 개폐회식장인 평창올림픽플라자가 추위에 취약한 개방형으로 조성됐기 때문이다.
송 감독은 “과거 한국에서 한 국제스포츠경기 개폐회식에서 보여준 매스게임이나 K팝 공연 같은 내용은 담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야외 공연장에서 한 편의 잘 만들어진 공연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개폐회식을 통해 한국인하면 떠오르는 역동성과 열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