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2017]③빅데이터 거래소·공룡 알리페이·…금융 4.0 속도내는 중국

  • 등록 2017-03-10 오전 6:02:00

    수정 2017-03-10 오전 6:02: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지난 2014년 명동 지하철역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한쪽 벽면이 ‘알리페이’ 광고로 도배됐다. “세금환급은 알리페이로!” “어디서든 알리페이가 함께 합니다” 등의 문구로 중국 유커를 겨냥한 광고였지만 한국인에게는 중국의 페이기술이 이 정도까지 왔나 하는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중국의 금융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금융과의 융합 속도도 빠르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됐고 금융클라우드 기반 뱅킹 시스템도 구축됐다. 개인간(P2P) 대출 시장 규모도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한중 양국이 외교적 갈등을 겪고는 있지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국이 갈수록 위상을 높이고 있는 만큼 중국과의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BAT가 주도한 금융권 4차산업혁명

사실 중국 금융산업은 오랜기간 국영 금융기관이 독점해왔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금융개혁을 추진하면서 점차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이 개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하면서 핀테크가 하나의 산업으로 부상하게 됐다.

이는 ‘중국제조 2025’나 ‘인터넷+’ 등의 정책을 통한 중국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의지가 뒷받침되면서 가능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산업, 빅데이터 등 첨단 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금융산업에서의 적용도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투자도 활발하다. 컨설팅업체인 KPMG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지역 핀테크 투자는 86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45억달러가 중국 알리바바그룹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이 조달한 금액이다. 아시아 핀테크 투자 규모 상위 10건 중 절반은 중국 기업이었다.

중국 빅데이터 시장은 2015년 1000억위안 규모로 전세계 13%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이 시장이 8228억위안을 넘어서 20%로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세계 데이터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중국은 지난 2015년 4월 구이양에 세계 최초로 빅데이터 거래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빅데이터는 금융권 여러 분야에서 응용되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중국의 핀테크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주체는 금융권이 아니라 ‘BAT’로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텅쉰 등 인터넷기업 3인방이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텅쉰의 위챗페이 덕에 중국 이동통신 이용자의 65%인 4억2500만명이 온라인 결제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작년 온라인 결제금액은 38조위안으로 미국의 50배 이상에 달한다.

또 2015년 1월 텅쉰과 알리바바가 각각 중국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인 ‘위뱅크’, ‘마이뱅크’를 설립했다. 이어 바이두는 올해 1월 중신은행과 합작해 ‘바이신은행’을 출범했고 샤오미가 설립한 ‘시왕은행’까지 이미 4개의 인터넷은행이 영업을 하고 있다.

◇열악한 금융환경 한몫…정부 네거티브 규제도 기여

역설적으로 중국의 핀테크 발달은 중국의 열악한 금융환경이 한몫 했다. 영토가 넓은 만큼 은행 지점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을 찾기 쉽지 않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4년 중국 인구 10만명당 현금자동인출기(ATM)는 37개, 은행 지점 수는 7.7개에 불과했다. 1인당 신용카드 보유수는 3.5장 수준이었다.

이같은 환경이 공룡 핀테크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낳았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알리페이는 신용카드가 없는 이들에게 손쉽게 전자결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04년 개발됐다. 당시에는 알리페이가 구매자로부터 입금받아 판매자에게 송금해주는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모바일 지급결제로 진화했다.

중국에서는 길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도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위한 큐알(QR)코드를 걸어두고 모바일 결제를 받는다.

온라인 결제업체는 개인 신용정보와 평가업체 역할도 했다. 신용평가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아 개인이 대출받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던 중국에서 온라인 결제업체가 각종 거래정보를 기반으로 개인 신용평가 점수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와 징둥닷컴은 회원에게 1만위안 이하의 대출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신은행은 대출액수를 결정하는데 있어 중국 은련카드의 거래데이터와 지리정보 등을 활용하고 있다.

핀테크는 개인간 대출시장도 파고들었다. 중국 정부가 통화완화와 재정정책을 펼치면서 시중에 돈은 풀렸는데, 은행 금리는 낮고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보이면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자 틈새시장이 생긴 것. 알리바바가 여유자금을 넣어두면 은행보다 3%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를 주는 위어바오 서비스를 출시하자 돈이 대거 몰렸다. 위어바오는 개시 18개월만에 이용자 1억8500만명, 자산금액 6000억위안을 끌어모았다.

P2P 시장도 활성화됐다. 돈 투자할 곳을 원하는 이들과 돈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이어주는 P2P 업체들이 줄줄이 생겼다. 중국의 P2P 대출시장은 400만명 이상의 투자자와 8500억위안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중국에서 금융산업이 4차 산업혁명과 잘 융합된 것은 무엇보다 느슨한 규제 덕이 컸다. 안 되는 것 빼고는 다 허용하는 식의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규정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유도했다. 일례로 P2P 업체 상당수가 폐업하고 버블 논란이 일자 중국 당국이 P2P 신용대출 규제 강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온라인 대출 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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