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T가 떴다]②글로벌 M&A 활황, TMT가 견인차

저금리·증시호황으로 현금 두둑해진 TMT, M&A '활발'
새 사업 개척, 시장 경쟁력 확보 목적 '거액 투자'
최근 증시 하락에 따른 거품론 제기돼..급냉 우려도
  • 등록 2014-04-20 오후 1:45:04

    수정 2014-04-20 오후 1:45:04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금융 위기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기업들이 다시 돈을 풀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경기회복 분위기가 두드러지자 차세대 먹을거리 확보를 위해 ‘기업 사냥’에 나선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중앙은행들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기 쉬워졌고 증시 활황으로 기업들 현금이 두둑해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기술·미디어·통신(TMT) 분야 기업들이 기업 인수전에 적극 뛰어든 점도 특징이다.

회계·자문 전문 업체 KPMG가 미국내 148명 기술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올해 인수합병(M&A) 의향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이중 68%가 최소 한 곳 이상을 인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 전문 조사업체 머저마켓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M&A 규모는 5991억달러(약 622조원)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33.2% 상승했다.

이 가운데 29.5%인 1764억달러가 기술·미디어·통신(TMT) 분야에서 이뤄졌다. 전년동기 대비 67% 증가한 수치다. 2006년 이후 최대 규모로 전년 동기(1057억달러) 대비 88.8% 늘어난 양이다.

기술(Tech)기업, M&A업계에서 맹활약

지난 3월까지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미국 기술기업들은 대형 M&A를 연이어 성사시켰다. 이들 기업의 M&A 특징은 본업 외 새로운 사업 개척을 위한 방도로 M&A를 선택한데 있다. 대표적인 예가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다.

전세계 가입자 10억명으로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로 군림중인 페이스북은 지난 2월 190억달러를 들여 세계 최대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을 인수했다.

IT업계에서는 직원 수 50여명에 불과한 스타트업 기업을 지나치게 비싸게 샀다고 비판했다. SNS 시장이 최근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10대를 중심으로 젊은 가입자가 모바일 메신저에 몰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필요한 투자라는 의견도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가상현실 게임업체 오큐러스를 20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4건의 M&A를 진행했다.

검색엔진 기업에서 출발한 구글은 활발한 M&A를 통해 종합IT기업으로 진화중이다. 14일에는 무인기 업체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하면서 ‘드론’ 업계에도 본격 진입했다. 구글은 이달까지 영국, 스위스, 이스라엘, 미국을 망라하며 7개 기업을 인수했다.

포화 상태에 이른 스마트폰 업계도 M&A를 통한 ‘합종연횡’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면서 기존 강자 HTC와 블랙베리 등은 시장에서 도태됐다. 모토로라모빌러티를 인수한 레노버가 또다른 스마트폰 업체를 인수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디어&통신, 기록적 M&A 쏟아져

미디어·통신에서는 본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가 특수를 맞았다.

미국 1위 케이블 업체 컴캐스트는 미국내 시장 영향력 증대를 위해 경쟁업체 타임워너케이블(TWC)를 지난 2월 685억달러에 인수했다. 올 1분기 M&A 기준 최대 규모다.

전미케이블방송통신협회(NCTA)에 따르면 컴캐스트와 TWC가 합병하면 케이블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5%로 훌쩍 뛸 것으로 추산했다. 이 때문에 컴캐스트 독점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럽 최대 통신사 보다폰도 M&A 업계 큰 손이다. 보다폰은 지난해 9월 미국 1위 통신기업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지분 45%를 매각했다. 이를 통해 쥔 자금은 1300억달러다. 주머니가 넉넉해진 보다폰은 유럽 통신 시장 장악에 나섰다.

보다폰은 지난달 스페인 케이블 업체 오노를 100억달러에 인수했다. 보다폰의 스페인 유선 통신시장과 유료 케이블 TV 업계내 입지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유럽내 실물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 위기 이후 웅크리고 잇던 통신 기업들이 업계 재편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진 사이크스 골드만삭스 M&A부문 공동 대표는 “당장 수익을 기대하지 못해도 M&A를 과감하게 하는 업체들이 많아졌다”며 “예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컴캐스트와 페이스북 등) 거대 기업들이 투자에 앞장서면서 다른 기업들도 자극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증시에서 힘 잃은 기술주, 거품논란 키워

지난해 주식 시장에서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던 TMT 기업들이 최근 활기를 잃었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거품 논란까지 부각됐다.

나스닥에 상장된 기술기업 100곳의 주가를 지수화한 나스닥 테크지수는 지난 한 해동안 37% 뛰었지만 올해 들어 1.5% 올랐다. 지난 3월에는 0.2% 하락하는 약세장을 이어갔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 마크 파버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주 중에서 비정상적으로 비싼 종목이 많다”며 주식이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기술 기업 임원들이 자사주 매각에 나서면서 이런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7년 월가 전문가들은 대규모 주가 폭락이 있었던 ‘블랙먼데이’ 사건까지 안가더라도 2000년대초에 있었던 ‘닷컴버블’ 붕괴가 재현될 우려가 크다. 이에 따라 TMT 기업들의 M&A가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

소수 대형 M&A를 빼면 예년과 다를 게 없다는 평가도 있다. FT는 올들어 3월까지 미국 TMT 분야에서 총 346건의 M&A가 성사됐지만 대부분은 500만달러 이하였다고 전했다.

통신업계도 마찬가지다. 케이블 업체 리버티 글로벌이 네덜란드 케이블업체 지고를 100억유로(약 15조원)에 인수한 것과 보다폰이 스페인 통신사 오노를 72억달러에 인수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소 규모의 거래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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