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의 문화재 읽기]"1000년전 장인과 만난듯...현존하는 최고의 중소형 보살상"

1000년 세월 무색하게 금빛 유지
이례적인 불상 크기에 화려한 장식
출토지 명확해 연구자료로도 중요
  • 등록 2021-02-08 오전 6:00:00

    수정 2021-02-08 오후 6:06:04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선림원지 금동보살입상은 평생 본 중소형 불상 중에서도 최고다.”(임영애 동국대 교수)

“불상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선림원지 금동보살입상을 보고 감동이 물밀듯 왔다. 불상을 통해 과거 장인과 만남이 이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손영문 문화재청 전문위원)

보존처리 완료된 양양 선림원지 출토 금동보살입상 모습(사진=문화재청)
최근 5년만에 보존처리를 끝낸 선림원지 금동보살입상에 쏟아진 극찬들이다. 국보 제129호, 보물 제285호, 보물 제333호 등 수많은 고대 금동보살입상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크고 장식미도 뛰어난 국보급 걸작이라는 것이다. 보살입상은 2015년 신라시대 절터로 알려진 선림원지 발굴조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발굴 당시 흙속에 뒤덮혀 있던 금동보살입상은 이례적인 크기와 흙 사이로 보이는 보살의 유려하게 잘 잡힌 곡선미로 전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5년만에 흙을 벗고 금빛 찬란한 모습을 드러낸 보살입상은 또 한번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섬세하고 화려한 조각기술은 물론, 통일신라 말기인 9~10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살입상은 10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전히 금빛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먹물로 눈썹과 눈매, 수염을 그린 자국까지 선명히 남아 있다. 임 교수는 “일반적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녹이 벗겨지기 마련”이라며 “지금껏 먹물로 조각의 눈썹, 수염 등을 그렸다는 사실은 알려진 바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림원지 금동 입상은 만들어지고 얼마 안돼서 산사태 등이 일어나면서 입상이 땅에 묻힌 듯하다”고 설명했다.

소형불 중 큰 규모도 선림원지 금동보살입상의 특징이다.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에는 금동불이 많이 제작됐다. 하지만 금동불 제작의 주 원료인 주석이 드물었기 때문에 신라시대에는 왕실에서 불상을 주로 제작을 했다. 또 법당에서 사용하는 본존불의 경우에는 훨씬 큰 것이 많지만, 소형불의 경우 이렇게 큰 규모는 드물었다. 임 교수는 “국보·보물로 지정된 불상 중에서도 소형불의 경우 보통은 대좌를 포함해도 15cm 정도다”며 “30cm 정도는 큰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반면 선림원지 금동보살입상은 보살입상으로 역대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높이 38.7cm, 대좌 14.0cm로 총함 50cm가 넘는다.

보살입상은 최고 수준의 화려함과 섬세함도 자랑한다. 보살은 머리에 쓰는 보관부터 목걸이, 팔찌, 어깨띠, 영락장식, 광배 등 다양한 장신구를 화려하게 두르고 있다. 이들 장식품은 보살상과 함께 제작하지 않고 따로 만들어 불상에 붙였다. 이런 사례도 국내 고대 불상 가운데서는 처음 확인되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일반적으로 장식품을 불상과 함께 주조했다”며 “굉장히 공이 많이 들어갔고, 훨씬 입체적”이라고 감탄을 자아냈다.

출토지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선림원지 금동입상은 중요한 연구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발견된 금동불상은 출토지가 명확하지 않고 추정을 할 뿐이었다. 선림원은 ‘하늘 아래 끝번지’라고 할 정도로 멀고 험한 깊은 산중에 위치해 있다. 9세기쯤 창건된 통일신라 말기 주요 선종 사찰로, 헌각왕(재위 875~886) 때 홍각스님에 의해 크게 번창한 것으로 전해진다. 절 안에 있는 3층 석탑, 석등, 홍각선사탑비, 부도 등이 국가 보물로 지정돼 있다.

아쉽게도 금동보살입상의 부러진 오른쪽 발목은 대좌와 접합이 어려운 상태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올해 3D 스캔 데이터와 3차원 프린트 등을 이용해 보살입상을 대좌에 연결시킬 계획이다. 이후 국고로 귀속시키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보존 상태나 조형성 등이 워낙 빼어난 유물이라 여러 국립박물관에서 벌써 인수 관련 문의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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