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동학대방지, 백번 약속보다 재발막을 법 서둘러야

  • 등록 2021-01-06 오전 6:00:00

    수정 2021-01-06 오전 6:00:00

생후 16개월 정인이가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인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확산하고 있다. 정치권은 ‘정인아 미안해’ 캠페인에 동참해 애도를 표하면서 아동 학대 처벌법 강화를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러한 다짐이 말로만 끝나선 안 된다. 지난해 6월 계모에 의해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갇혀 있던 9살 어린이가 숨졌을 때도 정치권은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 이 뿐 아니다. 5세 남아가 친모의 내연남에게 학대를 받아 한쪽 눈이 실명되고 팔다리가 부러진 ‘지호 사건’, 친부모가 3세 남아에게 목줄을 채워 놓아 사망한 ‘개 목줄 어린이 사건’ 등 아동 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권은 요란하게 재발 방지를 다짐했지만 그 때뿐이었다.

일회성 이벤트 같은 정치권의 행태를 보노라면 과연 아동 학대를 근절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아동학대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 41건 가운데 7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임기 내 처리되지 못해 폐기됐다. 관련 내용을 담은 수십여개의 아동복지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별로 시급하지도 않은 기업규제 법안은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는 국회가 정작 어린이의 생명과 직결된 법안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것이다.

폐기된 법안에는 아동 학대가 의심될 경우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자택에 즉각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있었다. 만약 20대 국회에서 이러한 법안이 통과됐더라면 정인이 사망 사건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사건은 국회의원들이 공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한 해에 4만2000여건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다고 한다. 신고하지 않은 아동학대는 훨씬 더 많다는 뜻이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이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아동학대 처벌 강화를 담은 ‘국민 생명 무관용 3법’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의 힘은 ‘아동 학대 방지 4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회적 공분이 일 때만 관심을 끄는 법안을 내놓고 임기 내 처리하지 못해 폐기되는 일이 또 반복돼선 안 된다. 법안 통과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만 제2의 정인이 사건을 막을 수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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