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장벽’이라는 주제를 통해 수천 년간의 인류 문명사를 조망하고 있다. 4000여 년 전 시리아에 세워진 장벽에서 출발해 메소포타미아와 그리스, 중국, 로마, 몽골, 아프가니스탄, 중앙아메리카를 거쳐 오늘날 미국-멕시코 국경까지 거의 모든 장벽 이야기를 푼다. 이스턴코네티컷 주립대 역사학 교수이자 장벽 전문가인 저자는 장벽이 가진 ‘양면성’에 주목했다. 안전을 보장하는 ‘폐쇄성’과 교류를 촉진하는 ‘개방성’이 그것이다.
우리는 통념적으로 다리는 연결의 상징으로, 장벽은 단절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반대 사례가 부지기수다. 로마인들이 다리를 건설한 것은 강 건너편을 침공하기 위해서였고, 장벽을 단절된 여성의 처소 쯤으로 폄하했던 스파르타인들은 자유를 잃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장벽이 없었다면 중국의 학자도, 바빌로니아의 수학자도, 그리스의 철학자도 없었을 것”이라며, 장벽을 문명의 원동력으로 봤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거대한 장벽이 부활하고 있는 요즘, 연결과 단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