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경의 바이오 돋보기]내달 정부구매 앞둔 ‘렘데시비르’…식약처 “韓 시판 허가”

특례수입 결정 한 달 만에 ‘국가필수의약품’ 지정
1인당 투약비용 281만원…10일 치료 땐 562만원
2차 대유행 대비 5000명분 확보에 141억원 소요
이달 말까지 무상 공급량 따라 150억內 결정예상
  • 등록 2020-07-25 오전 10:30:00

    수정 2020-07-25 오전 10:30:00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성분명인 렘데시비르(Remdesivir)로 더 잘 알려진 ‘베클루리주’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품목 허가했다. 렘데시비르는 지난달 3일 특례수입이 결정된 지 한 달 만인 이달 2일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다시 24일 3주일 만에 시판 허가마저 획득하며 패스트 트랙을 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바이러스 치료제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Remdesivir). (사진=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식약처가 판매를 승인했다는 건 치료제 가격 결정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다음 달부터 질병관리본부는 렘데시비르 제조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 측과 약가 협상을 통한 정식 구매에 나선다. 우리나라는 일본·대만·싱가포르·유럽과 마찬가지로 렘데시비르를 조건부 허가했다. 글로벌 임상 시험 최종 결과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일부 자료, 추가 위해성 완화 조치 등을 시판 후 제출한다는 조건이다. 이는 유럽·일본 등의 규제 당국과 유사한 수준이다.

25일 보건·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특례수입을 통해 국내 공급되고 있는 렘데시비르는 이달 말까지 1개월 동안 ‘무상 공급’ 기간을 적용받고 있다. 공급량은 길리어드와 질본 사이 계약 조건에 따라 비공개다. 다만 지난 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렘데시비르를 27개 병원에서 76명의 중증환자에게 공급 완료했다고 공개했다.

(자료=미래통합당 강기윤 의원실)


강기윤 미래통합당 의원이 입수한 정부 내부 문건을 보면 질본은 특례수입이 확정된 지난달 3일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에 공문을 보내 긴급 필요량 360명분과 대유행 대비 필요량 5000명분 등 총 5360명분에 달하는 수입을 요청했다.

특히 한국 공급이 개시된 이달 1일에는 다니엘 오데이 길리어드 최고경영자(CEO)가 렘데시비르 약값을 바이알 당 390달러(한화 약 47만원)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렘데시비르 치료를 받고 있는 코로나19 환자 대다수가 5일간 6바이알을 투여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 한 명당 2340달러(약 281만원)에 이르는 치료비용이 발생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바이러스 치료제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Remdesivir) 생산 단계 모습. (사진=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중환자 76명 투약 마쳐…약값만 3억원 안팎

이를 근거로 질본이 2차 대유행에 대비해 길리어드에 도입 신청한 5000명분 가격은 140억5000만원으로 추정된다. 비공개 조건이어서 세부적인 계약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긴급 필요량 360명분 가운데 이달 말까지 몇 명 분량까지 무상 공급될지에 따라 `140억5000만원+알파(α)`에서 α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밝혀진 코로나19 중증환자 76명에 대한 약가는 최소 2억1356만원에서 최대 4억2712만원으로 추측된다. 렘데시비르 권장 투여기간은 원칙적으로 5일이다. 5일 투약 뒤에도 임상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 추가로 5일 투여(유지 용량)하는데, 전체 투여기간은 10일을 넘을 수 없다.

우리 정부가 3억원 안팎 혜택을 받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처방된 76명을 뺀 나머지 284명 중 무상 공급 물량이 어디까지 협의되는지에 따라 렘데시비르 수입에 소요될 예산 규모가 드러날 전망이다. 최고 8억원 가량 더해지며 전부 1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질본 관계자는 “최종 타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전체 수입 물량과 이달 말까지 무상 투약을 받을 환자 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일단 정부는 치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의 임상 물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


50만명분 입도선매한 美…‘100분의 1’로 될까

우리 정부가 확보할 5360명분과 관련해선 충분한 물량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정부가 오는 9월 말까지 길리어드가 생산하는 렘데시비르 물량의 92%에 해당하는 50만명분 이상을 선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각국의 물량 확보전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때문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치료제 독자 개발 성공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셀트리온(068270)은 질본과 국책과제로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지난 17일 식약처로부터 승인 받고 인체 임상에 본격 진입한 상태다. 식약처는 “CT-P59는 셀트리온에서 신약으로 개발 중인 유전자재조합 항체 치료제로,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1상 임상 시험을 진행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돌입하는 임상 1상은 충남대병원에서 건강한 피험자 32명을 상대로 이뤄지며, 승인 직후 피험자에게 첫 투여를 시작해 올해 3분기 내 시험을 마칠 계획이다.

GC녹십자 충북 청주시 오창공장에서 ‘혈장’ 치료제 ‘GC5131A’의 임상시험용 혈장 분획 공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GC녹십자)


GC녹십자(006280) 역시 질본 산하 국립보건연구원과 공동 개발 중인 ‘혈장’ 치료제 ‘GC5131A’에 관한 임상시험용 치료제 생산에 들어갔다. 녹십자는 다음 주 중 임상시험계획서를 식약처에 제출한다는 목표 아래 인체 임상 준비를 착수했다. 다음 달 안에 녹십자는 임상 1상을 면제받고 곧바로 2상으로 직행한다.

부광약품(003000)은 자사의 B형 간염 치료제인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를 코로나19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현재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임상 2상을 고대구로병원과 고대안산병원 등 전국 8개 병원에서 실시하고 있다. 2상은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다. 앞서 부광약품은 지난 4월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먼저 2상을 신청했다. 부광약품은 2상을 10월까지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임상 2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늦어도 연말까지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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